日, 한국 흠집내는 ‘물타기 전략’ 점점 노골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2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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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를 보편적 여성 인권의 이슈로 꾸준히 제기해온 미국 내 한인단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정부나 일본계 인사들이 미국 정치권 등을 상대로 한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퍼뜨리는 이른바 ‘물타기 전략’을 점점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위안부 피해자나 한국 정부를 흠집 내는 익명의 e메일 살포 방식이 많았으나 올 들어선 일본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공개 세미나를 열어 한국 정부와 한인단체들의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뒤에서 거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인단체 관계자는 “이달 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기간에 맞춰 베트남 여성들이 갑자기 ‘한국군의 조직적 성폭력’ 문제를 들고나온 것도 일본 측의 이런 ‘물타기’와 관련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뉴저지 주 유니언시티의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을 앞두고 주 의회와 유니언시티 관계자들 앞으로 ‘위안부는 양공주(미군기지 일대 성매매 여성을 일컫는 말)’라는 내용의 괴상한 e메일이 발송됐다. 또한 같은 달 ‘평화의 소녀상’(위안부 기림비의 한 종류)이 세워진 미시간 주 사우스필드 시장실과 시의회에도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제목의 e메일이 살포됐다. 그 안엔 “왜 미국 흑인 성노예와 한국의 미군기지촌 여성에 대해선 기념비를 만들지 않느냐”는 억지 주장이 담겨 있었다고 한인단체 관계자는 전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방미 때 통역과 안내를 전담하는 김현정 가주한미포럼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가 자국의 전쟁범죄에 대한 국제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공공외교 예산을 크게 늘린 뒤 이런 음성적 활동이 수면 위로 떠오른 느낌”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내 지방정부나 의회가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려 하거나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려 하면 어김없이 해당 지역 일본 총영사관 관계자들이 찾아가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화나 e메일 항의도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김 국장은 말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 결의안 관련 공청회에선 한 일본계 주민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게 “당신 스스로 매춘부가 된 것 아니냐”고 묻는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앞서 올 3월 유엔 여성인권 주간엔 맨해튼 유엔본부 인근 고급 호텔에서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는 글로벌 연합’이라는 일본계 우익단체가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라는 제목을 내걸고 세미나를 열었다.

한인단체 관계자들은 이달 15일 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시민단체 ‘베트남의 목소리’가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성범죄에 대한 사과를 촉구한 것도 석연치 않은 정황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회견에 직접 참석했던 한 인사는 “이 단체를 지원하는 전직 미국 상원의원이 일본 정부가 고용한 로비회사 소속으로 밝혀졌다”며 “주최 측은 ‘한국군의 성폭행이 조직적이란 증거는 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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