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으로 승부한다”…1인 전문 출판사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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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서점에서 아이와 엄마가 책을 고르고 있다.
서울 한 대형서점에서 아이와 엄마가 책을 고르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전 미국 하버드대 교수 조지 스웨인의 책 ‘공부책’은 1만 부 이상 팔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 책은 1인 출판사인 유유출판사에서 나왔다. 유유출판사는 또 ‘공부하는 삶’ ‘단단한 공부’ 등 공부법 관련 책을 여러 권 내 각각 1만부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축구 전문출판사인 그리조아FC도 1인 출판사다. 이 출판사는 2013년 ‘스페셜 원 무리뉴’를 시작으로 ‘네이마르: 새로운 전설의 탄생’ ‘이케다 효과’ ‘메시: 소년에서 전설로’ 등 축구 마니아들이 반기는 책을 내고 있다. 지난해 출간한 ‘호날두: 완벽을 향한 열정’은 4쇄 이상 찍으며 쏠쏠한 실적을 냈다.

최근 1인 출판사들이 한 분야에 집중해 전문 출판사로 거듭나고 있다. 1인 출판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반. 1인 출판사들은 디지털 시스템의 발달로 제작비가 예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온라인 서점의 발달로 판로가 다양해지면서 급증했다. 출판시장의 위축도 1인 출판을 늘렸다. 형편이 어려워진 대형출판사들의 구조조정으로 불가피하게 독립한 편집자들이 1인 출판사를 잇달아 창업한 것. 국내 최대 도서유통 도매업체인 북센 관계자는 “올해 증가한 출판사들의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이상 늘었다. 절대 다수는 새로 창업한 1인 출판사”라고 말했다.

1인 출판이 급증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자금력과 영업력이 약한 독립출판사들은 자연스럽게 전문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 한 대형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독자들.
서울 한 대형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독자들.

김연한 그리조아FC 대표는 “대형출판사처럼 여러 분야 책을 낼 수 없는 작은 출판사는 전문분야를 파고들어야 승산이 있다”며 “일본에서 올해 8월까지 축구관련 책이 120여 종이 나온데 비해 우리는 15종 가량이다. 전문분야 출판시장은 아직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생명의 교실’ ‘흙의 학교’ ‘서울사는 나무’ ‘식물이야기 사전’ 등을 낸 목수책방은 자연 생태 전문출판사다. 소와다리는 초판본 복간 전문이다. 이 출판사는 최근 일본 만화 ‘은하철도 999’의 원작 소설인 ‘은하철도의 밤’을 1934년 초판본 그대로 복원해 출간했다. ‘라쇼몽’ ‘어린왕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은 고전을 초판 디자인으로 잇따라 출간하며 클래식 마니아들을 공략하고 있다. 따비출판사는 ‘대한민국 치킨점’ ‘커피, 만인의 철학’ ‘서울을 먹다’ ‘식품주식회사’ 등 음식 책들을 냈다.

이밖에 동물전문 책공장더불어, 교양과학 전문 에이도스, 사회과학 전문 오월의책 등이 대표적인 1인 전문 출판사로 꼽힌다. 전은정 목수책방 대표는 “1인 전문출판은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낸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크다”고 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필자의 지명도도 높아야 하고 마케팅비도 많이 드는 일반 서적과 달리 전문서적은 혼자 꼼꼼히 만들어 판매하는 게 가능하다”며 “앞으로 출간 비용이 더 적게 드는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저자가 직접 책을 내는 자가 출판이나 1인 출판이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선기자 bluedot@donga.com
#출판#1인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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