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2008년 삼성 도박 파문…솜방망이 징계 독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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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5시 45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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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최고 ‘명가’ 삼성은 과거에도 도박 파문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2008년 인터넷 상습도박 사건이다.

2008시즌이 끝난 뒤 12월 초, 프로야구선수들의 인터넷 도박설이 불거졌다.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서 수억원대의 바카라 도박을 벌였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전·현직 삼성 선수 16명이 수사선상에 올랐다고 내사 결과를 발표했다.

손쉽게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바카라 도박이었다. 선수들은 시즌 중에도 야구장에 나가지 않는 시간을 활용해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도박에 쉽게 노출돼 있었다. 게다가 삼성 현직 선수 13명을 포함해 삼성 출신 선수들이 연루되는 등 삼성은 당시 도박 사건의 진원지였다. 시즌 중 단체생활을 하는 프로야구선수들의 특성상 함께 뛰는 동료들끼리 전파가 쉬운 구조다.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돈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강하지 못한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결국 12월 말 서울중앙지검은 삼성 채태인, LG 오상민(전 삼성) 등을 포함한 3명을 벌금 500만∼1500만원에 약식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KBO의 징계도 뒤따랐다. KBO는 2009년 3월 채태인과 오상민에게 5경기 출장정지, 제재금 200만원에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48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삼성은 도박 추문을 딛고 2010년 준우승을 차지한 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를 이뤄냈다. 그러나 과거 한 차례 큰 진통을 겪었음에도 삼성 선수들 중 일부가 해외원정도박을 한다는 소문은 끊임없이 야구계를 맴돌았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과거보다 죄질은 더욱 나쁘다. 인터넷 도박을 넘어 이제는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해외 ‘정킷방’에서 억대의 판돈을 놓고 벌이는 도박판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2008년 사건 때 5경기 출장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가 프로야구선수들에게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확고하게 심어주지 못한 듯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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