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3.0]쌀로 만든 글루텐프리 빵, 새로운 건강식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쁘띠아미, 빵을 잘 소화 못시키는 고객 위해 글루텐 함량 낮춘 쌀빵 제작
철저한 주문 생산 방식 고수해 음식 알레르기 앓는 소비자 만족

갓 구운 빵. 구수한 향과 입에 감겨 드는 맛이 좋다. 서구화된 식사가 널리 퍼지면서 빵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런데 빵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글루텐 때문이다.

글루텐은 빵 제작에 있어 필수 요소. 부풀어 오른 빵을 오븐에 넣어도 그 모양을 유지시켜 준다. 보통 빵에는 글루텐이 20%에서 25% 정도 들어 있다. 글루텐을 5% 미만으로 낮추거나 아예 빼는 제과업체는 극소수. 직원 수 3명에 불과한 국내 소규모 제과업체가 글루텐프리(글루텐 함량을 5% 미만으로 낮춘) 빵 제작에 성공했다. 경기 남양주 소재 ‘쁘띠아미’다.

이은창 쁘띠아미 대표는 이전 사업에 실패하면서 사지가 마비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쌀눈이 들어 있는 쌀을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는 그때부터 쌀에 빠져 살았다. 당시 쌀과 관련한 자료가 국내에는 부족했다. 그는 일본, 미국 논문을 찾아보며 쌀 박사가 됐다. 쌀눈을 남겨 놓는 도정 기계까지 개발했다.

처음에는 쌀눈쌀(쌀눈을 남겨 놓은 백미)을 백화점 등에 납품했다. 소비자는 쌀눈쌀을 외면했다.

“글루텐 많은 쌀빵을 확 바꿔라”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쌀을 가지고 무슨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구상했다. 빵이었다. 쌀빵은 이미 나와 있었으나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었다. 쌀빵 소비자를 살펴본 결과 외면받는 이유는 분명했다.

쌀빵 소비자는 밀가루 빵에 들어간 글루텐을 먹지 못하는 특수 체질을 가진 사람이 다수였지만 당시 쌀빵엔 15% 이상 글루텐이 포함된 제품밖에 없었다. 소비자는 글루텐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쌀빵을 찾았다. 하지만 쌀빵에도 글루텐 부작용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대표는 글루텐 함량을 크게 낮춰야 쌀빵이 성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루텐 함량을 줄이고 빵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전국에 유명 제과 기능장을 찾아 다녔지만 모두 실패했다. 어느 날 그가 운영하던 쌀 동호회의 회원이 찾아왔다. 그는 글루텐 없는 쌀빵을 만들어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당시 이 대표는 기능장도 실패한 쌀빵 제조를 아마추어가 어떻게 만들겠느냐 의심했다. 그래도 이 대표는 ‘혹시나’ 하고 그에게 쌀가루를 보냈다.

다음 날 이 대표에게 소포 하나가 배달됐다. 쌀가루로 만든 빵이었다. 이 대표는 소포를 받은 그날 그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의심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 대표는 자기 앞에서 만들어 보라고 또 한 차례 주문했다. 그는 이 대표 앞에서 쌀빵 제작을 시작했고 역시 성공했다. 이 대표는 그를 쫓아다니며 사업을 권유했다. 1년간 설득 끝에 그는 2009년 쁘띠아미에 합류하게 됐다. 최지연 쁘띠아미 셰프가 그 주인공이다.

대기업 제휴도 거절하고 최고품질 유지

이 대표는 철저히 주문생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소비자가 글루텐이나 달걀, 우유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 해당 재료를 제외한다. 각종 음식 재료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가 주요 고객이다.

쁘띠아미 글루텐프리 빵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대기업들이 사업 제휴를 제안했다. 롯데리아는 하루 5만 개 햄버거 빵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대량생산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개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알레르기 때문에 빵을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 그들이 먹을 수 있는 빵은 현재 우리 제품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어 “초도구매 소비자 재구매율은 90%를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글루텐프리 케이크 가맹점 사업을 구상 중이다. 매장 위치 선정과 재료 교육, 소비자 응대 교육 등 가맹점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놨다. 그는 “아직 물류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물류 시스템을 마련한 뒤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쁘띠아미, 놀라운 매출신장세

쌀빵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쁘띠아미는 2014년 2억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엔 9월 말 현재 6억4000만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또한 일본으로도 수출할 예정이다.

2014년 총 매출액 2억4000만 원 중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 2억 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기업납품액이 4000만 원이다.

쁘띠아미는 농식품 수출상담회를 통해 일본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진행 중이다. 또한 쌀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PNO) 론칭도 예정되어 있다. 12월 말까지 5∼10개 오픈 후 2016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농진청-미실란-쁘띠아미, 쌀빵 제조 협력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미실란, ㈜쁘띠아미와 4일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수원)에서 ‘삼광’ 벼를 이용한 발아현미 쌀빵 제조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농진청과 두 업체는 ‘삼광’ 벼와 ‘삼광’ 발아현미로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제빵사업을 추진한다. 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는 ㈜미실란에 순도 높은 ‘삼광’ 벼 종자를 공급하고, 농가 계약재배와 품질관리 기술을 지원한다. ㈜미실란은 농가와 계약재배한 ‘삼광’ 벼를 이용해 고품질 발아현미를 만들어 ㈜쁘띠아미에 공급한다.

㈜쁘띠아미는 ‘삼광’ 벼와 ‘삼광’ 발아현미로 100% 발아현미 빵과 케이크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글루텐이 없거나 적게(3% 이하) 들어간 빵과 케이크로 기존 쌀빵과 차별화할 계획이다.

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박기훈 부장은 “산업체, 생산자, 연구기관이 협업해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쌀 가공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