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에 성폭력 사과 실명 대자보 붙게 된 경위,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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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0월 20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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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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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에 “미성년자 학우에 성추행 사과” 실명 대자보 붙어…무슨 일?

서울 연세대학교 교내에 본인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알리며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가해자가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게재하는 것은 드문일. 총여학생회가 사과문 게재 경위와 함께 피해 여학생의 입장을 전했다.

지난 주말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등 교내 곳곳에는 “저는 지난 9월 우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우에게 성폭력 가해를 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려 합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대자보가 붙었다.

원고지 6장 분량의 이 대자보에서 작성자는 본인의 소속 학과와 학년 이름을 밝혔다. 그는 “피해자와 술자리를 함께한 뒤 피해자가 잠든 사이 동의 없는 신체 접촉과 피해자의 신체 일부에 강도 높은 성폭력 가해를 한 사실이 있었다”며 성폭력 사실을 고백했다.

이어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정신적 공포와 고통을 알고 있으며 공개적인 사과문 게시로 사과와 미안함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교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해당 대자보를 촬영한 사진이 확산됐고, 19일 연세대 총여학생회측에서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을 반영한 글을 게재했다.

총여학생회측은 “가해자의 사과문은 피해자와 대리인단의 요구로 가해자가 직접 작성하여 게시한 것”이라며 앞서 가해자가 대자보를 게시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흔치 않은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 자체까지 완전히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해자가 대리인단과 사과문 작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문제점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한 “피해자의 요구사항이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과문이 게시되었다는 사실은 사과문 내용에 관한 가해자와 대리인단 사이의 합의가 사실상 결렬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가해자는 과거 ‘학내와 사회의 진보를 고민하는 학생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이자, 평소 ‘성평등한 가치를 표방하며 활동한’ 사람”이라고 전하며 피해자의 신상을 특정하려는 시도를 삼갈 것, 성폭력 사건이 학내에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 사건을 공론화한 피해자의 의도를 기억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19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고소장이 접수돼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 중인 사건이며 (혐의가 확인되면) 가해자는 사법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동아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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