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KEB하나銀에 ‘괴물센터’ 왔다던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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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cm-105kg 해외동포 첼시 리 “연습경기 보니 막을 수 없는 기량”
다른 팀들, 경계 넘어 시기하기도

31일 개막하는 여자프로농구에서는 5개 팀이 한 팀을 무척 경계하고 있다. 통합 4연패를 노리는 ‘공공의 적’ 우리은행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해외 동포 선수를 영입한 KEB하나은행이다. 이전에도 해외 동포 선수 영입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관심이 집중되지는 않았었다. KEB하나은행의 해외 동포 선수는 190cm 105kg의 체격으로 센터를 보는 첼시 리(25·사진)다. 할머니는 한국인, 할아버지는 주한 미군이었다.

첼시 리와 연습 경기를 한 국내 선수들은 “막기 힘든 기량을 지녔다”고 했다. 첼시 리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규정상 선수 등록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피부색이나 체격, 생김새가 외국인 선수와 똑같아 다른 구단들이 해외 동포 선수로 받아들이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WKBL은 첼시 리의 출생, 가족 관련 증빙 서류를 각 팀들에 공개했다.

첼시 리의 영입 과정을 보면 국내 여자 농구 선수층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구단들이 드래프트로 선수를 뽑아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1, 2년 안에 팀을 떠나는 선수가 많다. 선수가 없다 보니 이적 시장이 활발하지도 못하다. 이 때문에 정상 전력으로 리그를 치르려면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나 해외 동포 선수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5위를 차지했던 KEB하나은행은 올 시즌 전력 감소 요인이 많았다. 주전 가드 신지현이 연습 경기 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시즌을 접었다. 가뜩이나 빈약한 센터 포지션에서는 정선화와 이유진이 여러 사정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어떻게든 골밑 자리를 메우려 했던 박종천 감독은 부지런히 해외 동포 선수들을 찾았다. 골밑이 보강돼야 강이슬이나 김정은 등의 슈터들이 자신 있게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첼시 리의 영입을 놓고 KEB하나은행이 눈총을 받고 있지만 첼시 리는 내심 다른 구단들도 탐을 내던 선수였다. 리그 우승을 계속 휩쓸고 있는 팀이 공격을 받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해외 동포 선수를 잘 영입하는 팀까지 나머지 팀들의 시기를 받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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