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우에게 몹쓸짓” 연세대에 ‘實名 사과 대자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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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학과-학년까지 밝혀… 피해자 고소로 경찰 수사중인 사건
“강제추행… 訴 취하해도 수사 계속”

‘저는 지난 9월 우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우에게 성폭력 가해를 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려 합니다.’

이런 내용으로 시작되는 대자보(사진)가 지난 주말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등 교내 곳곳에 붙었다. 대자보에는 성폭력 사실을 고백하는 내용과 함께 가해자의 소속 학과와 학년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작성자는 원고지 6장 분량의 대자보에서 ‘저는 피해자와 술자리를 함께한 뒤 피해자가 잠든 사이 동의 없는 신체 접촉과 피해자의 신체 일부에 강도 높은 성폭력 가해를 한 사실이 있었습니다’고 적었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의 주체성을 무시한 채 이뤄진 폭력적 행동’이라며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이어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정신적 공포와 고통을 알고 있으며 공개적인 사과문 게시로 사과와 미안함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주말을 거치면서 교내는 물론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제의 ‘실명 대자보’ 사진과 함께 해당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가에서 학생들 사이에 성폭력 사건은 종종 벌어지지만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를 적나라하게 공개한 경우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대자보가 붙기 전 이미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고소장이 접수돼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 중인 사건이며 (혐의가 확인되면) 가해자는 사법 처리될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강제추행은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가 중단되지 않는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피해자가 이런 형태의 사과를 요구했고 가해자가 이를 받아들여 대자보를 붙인 것이라면 처벌 과정에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의미로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dodo@donga.com·김호경 기자
#연세대#대자보#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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