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 10월 9775억 “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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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달만에 순매수… 코스피 3.4%↑
美 금리인상 늦춰질 가능성 영향… 환율하락-유가상승이 주가 변수

올해 6∼9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셀 코리아’ 행진을 벌인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번 달 들어 1조 원어치 가까이 주식을 사들이며 ‘바이(Buy) 코리아’로 돌아섰다. 미국 금리인상이 올해 안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자 달러 약세 현상이 최근 나타났고, 글로벌 투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10월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9775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6∼9월 4개월 연속 8조6950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이 다섯 달 만에 돌아온 것이다. 9월 말 1,962.81이었던 코스피는 이날 2,030.27로 마감해 이달 들어 3.4%(67.46포인트) 상승했다.

외국인은 대형주 위주로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 1위는 게임업체 대장주인 엔씨소프트(3470억 원)였다. 최근 주가가 조정되면서 가격 부담이 사라졌고 중국 등 해외시장에 신작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어 네이버(2117억 원) 삼성SDI(931억 원) SK하이닉스(715억 원) KT(680억 원)가 뒤를 이었다. 현대글로비스, 기아자동차, 현대건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이번 달 들어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린 대형주가 주가를 끌어올렸으며 중소형주는 주춤하거나 오히려 주가가 빠졌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돌아온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내에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 시간)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46명 중 65%가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으로 12월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 이뤄진 같은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12월에 인상될 것으로 봤던 것보다 낮아진 수치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기대감에 신흥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에 주목한 전문가들은 증시 상승세가 장기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달러당 1194.5원이었던 환율은 이날 1121.0원까지 떨어져 이번 달에만 6% 이상 하락했다. 이로 인해 수출에 의존하는 대형주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실적도 악화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들도 환율에 따른 투자 부담감을 느낄 것이며 원화값 상승으로 기업 이익이 줄어들면 주가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율보다 최근 유가 상승에 더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이들은 최근의 유가 상승세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탈출 신호로, 수출이 앞으로 더 활성화할 것으로 분석한다. 16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7.26달러로 마감해 조만간 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류용석 팀장은 “연말 배당이 남아있는 데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 수출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질 가능성이 커 대형주가 이끄는 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외국인#순매수#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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