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물에 뜨는 국자, 레이저 달린 볼펜…창의성의 본질은 ‘재발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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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발상 위한 2가지 접근

각종 찌개 등의 국물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발명한 국자 ‘플로터’. DBR 제공
각종 찌개 등의 국물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발명한 국자 ‘플로터’. DBR 제공
“독창성이란 단지 사려 깊은 모방일 뿐이다.”(볼테르)

‘창의성’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예전에 없던 것, 무언가 독창적인 전혀 새로운 것을 연상한다. 그래서 창의성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창의적 사고의 본질은 ‘재발명’이다. 많은 사람이 무심코 지나친 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창의성의 본질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창의성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창의적 발상의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창의적 발상의 토대는 결점은 크게 느끼고 희망점은 가깝게 생각하는 것이다.

먼저, ‘결점 열거 방식’이 있다. 불편함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특히 창의적인 사람들은 작은 불편도 크게 느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결점 열거법을 통해 결점을 제거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결점 열거 방식을 이용한 디자인 아이디어의 예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 국자가 냄비 속에 빠져서 곤혹스러웠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국자를 접시 모서리에 조심스럽게 걸쳐 놓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이런 불편을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이성용 디자이너가 고안한 물에 뜨는 국자 ‘플로터’는 멋진 해결책이다. 손잡이 윗부분을 두툼하게 하고 그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그냥 국자를 놓기만 하면 국물 위에 자연스럽게 뜨도록 한 것이다. 이성용 디자이너의 이 작품은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받았다.

전기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미관상 벽에 붙은 콘센트를 가구나 가전제품으로 가려 놓는다. 이 경우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콘센트의 작은 구멍에 맞추어 플러그 핀을 끼우는 일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2011년 국민대 학생 유수현, 김은아, 채진우는 도넛 모양의 콘센트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콘센트의 플러그용 구멍을 반지 모양의 원으로 만들어 원의 절반은 플러스 전기, 나머지 절반은 마이너스 전기가 흐르도록 하면 플러그의 핀이 어떤 각도로 놓여도 무방하기 때문에 훨씬 쉽게 꽂을 수 있다. 이 아이디어도 세계적 디자인상을 받았다.

또 다른 창의적 발상법으로 ‘희망점 열거 방식’이 있다. 결점 열거가 기존 제품의 개량을 위한 것이라면 희망점 열거는 결핍의 충족을 위해 과거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백지에 글을 반듯하게 쓸 수 없을까? 더 나아가 줄 간격까지 원하는 대로 맞출 수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동서대 학생 3명은 ‘레이저 캡’이라는 제품을 발명했다. 볼펜 뚜껑을 이용해 백지에 레이저 빔을 직선으로 비추는 방식으로 레이저 빔의 행간 너비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었다.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 사례다.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ark@skku.edu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창의#재발명#국자#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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