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엔씨소프트 결별이 오히려 Win-Win?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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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김정주 NXC 대표(오른쪽)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김정주 NXC 대표(오른쪽)
■ 불편한 동거 끝낸 김택진-김정주 대표

넥슨, 지분매각으로 대규모 투자자금 확보
엔씨소프트, 경영 안정화로 성장동력 마련


게임업체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결국 각자의 길을 택했다. 넥슨은 최근 보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330만6897주·15.08%)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가격은 주당 18만3000원으로 총 매각대금은 6051억원이다. 이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시장을 정복하겠다며 의기투합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넥슨 창업자이자 NXC(넥슨의 지주사)대표는 3년간의 불편한 동거를 끝마쳤다. 뜻을 모았던 두 대표가 완전히 갈라선 이유는 양사의 협업에서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등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사는 전략적 제휴에 이어 협업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이후 경영권 분쟁까지 벌여왔다.

● 동지에서 적으로

서울대학교 공대 선후배 사이인 김택진(전자공학과 85학번)대표와 김정주(컴퓨터공학과 86학번)대표는 한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국내에서 PC온라인게임 산업이 개화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2000년대 초반 한국 게임산업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두 회사는 2012년 게임산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발표를 한다. 넥슨이 8045억원에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가 ‘리그오브레전드’ 등 외산게임의 공습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에서 큰일을 내겠다며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실제로 글로벌 게임사 EA 인수 협상을 벌이는 등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사의 연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해외업체 인수에 실패했고, 이후 시너지를 내겠다면서 추진한 ‘마비노기2’ 공동개발 등도 별다른 성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0.4%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올해 초 넥슨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 공시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후 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와 상호지분투자를 하면서 분쟁은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지분 매각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 넥슨-엔씨 각자의 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협력이 실패로 끝나면서 3년 동안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헛수고가 됐다. 그 사이 글로벌 게임시장 주도권은 해외 게임사들이 가져갔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이번 지분 매각이 양사 모두에 이로운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상황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지만 경영권 분쟁 등을 벌이며 평행선을 긋는 것보다는 글로벌시장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먼저 넥슨의 경우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게 됐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업 기회에 투자해 실적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모바일게임과 해외시장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김정주 대표 행보로 봤을 때 유명 해외 모바일게임사 인수도 가능하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확보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김택진 대표는 이번 블록딜을 통해 44만주를 취득하면서 지분을 9.98%에서 11.99%로 끌어올렸다. 나머지 13.08%의 행방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블록딜의 특성상 여러 주체에 지분을 나눠 팔았을 가능성이 높아 현 경영체제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13.08% 중 5% 이상을 매입한 곳이 있으면 22일까지 공시해야 한다. 경영권이 안정화 된 엔씨소프트는 향후 ‘리니지이터널’ 등 본연의 대작 PC온라인게임 개발과 함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인 모바일게임 사업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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