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책임만 있고 권리는 없는 노동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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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일터/데이비드 와일 지음·송연수 옮김/528쪽·2만8000원·황소자리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

고용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하는 책의 다소 노골적인 부제다. 서두에 미국의 한 케이블 설치기사 사례가 소개된다. 케이블 설치회사 캐스콤과 작업단위 계약을 한, 우리로 치면 자영업자인 그는 하청직원이다. 캐스콤 로고가 부착된 셔츠를 반드시 착용하지만 그에겐 정식직원에게 주어지는 복지 혜택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의 작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언제든 캐스콤으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 한 기업이 모든 근로자를 정식 채용해 안정적인 일자리와 복지 혜택을 제공하던 과거 미국의 풍경과는 반대다.

미국 노동부 산하 근로기준법 담당 첫 종신 행정관이자 경제학자인 저자 데이비드 와일은 아웃소싱이 횡행하는 미국 기업의 환경을 ‘균열’이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본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 미국 기업들은 1980년대 경기 불황을 겪었다. 이에 혁신의 논리를 앞세워 임시직, 하청, 특수고용 명목으로 기업 내 비핵심 부문을 외부로 이전하는 균열전략을 썼다. 그 결과로 기업은 효율적으로 성장했지만 노동환경은 점점 나빠졌다.

12장으로 구성된 책은 균열의 병폐에 대한 지적과 함께 처방전을 제시한다. 기업의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유도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고용법규를 정비하고 업무재해 등의 책임 소재를 명시하는 일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에 소개된 사례가 미국기업 중심이라 거리감은 있다. 또 저자는 전 세계 20만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자사 핵심 상품을 생산하는 삼성은 예외 사례로 거론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 고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귀담아들을 만하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균열일터#고용환경#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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