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피플] 접으면 가방에 쏙…휴대용 자전거라 불러주세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6일 05시 45분


휴대용 자전거 ‘유토피아2’를 화살표 방향을 따라 접으면 가방 안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로 줄어든다. 사진제공|원원동그라미
휴대용 자전거 ‘유토피아2’를 화살표 방향을 따라 접으면 가방 안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로 줄어든다. 사진제공|원원동그라미
■ ㈜원원동그라미 정재근 이사

휴대용 자전거 ‘유토피아2’ 개발
신문지 한 장 크기·무게 11.9kg
국제운송규격 충족…특허만 6개
인체공학적 설계…오르막도 가뿐


친환경 이동수단일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한 운동도구로도 인기가 높은 자전거. 일상생활에서 타는 자전거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로 구분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형, 그리고 접이식 자전거다. 바퀴가 작은 자전거인 미니벨로가 대표적인 접이식 자전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들고 나가면 주변의 눈길을 끌던 접이식 자전거. 하지만 이제는 보편화되어 자전거 도로에 나가면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접이식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휴대성이다. 휴대할 수 없다면 굳이 멀쩡한 자전거를 접어서 다닐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접이식 자전거라면 모름지기 척척 접어서 승용차 트렁크 안에 쑥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대중교통이다. 자전거를 철도, 지하철, 비행기를 이용해 옮기기 위해서는 정해진 규격을 충족시켜야 한다. 국제적으로 정해진 규격이 있다. 길이, 너비, 높이 세 변의 합이 158cm 이내여야 한다. 그런데 이 규격을 충족시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주말에 한해 지하철 일부 노선에서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해주지만 이는 국제 기준으로 보면 ‘묵인’에 가까운 것이다. 자전거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도 형편은 별 다를 게 없다. 회사원들이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자전거를 주차해놓고(주차비를 받는다) 지하철로 출근을 했다가, 퇴근할 때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온다.

그런데 순수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이 한계를 뛰어넘은 자전거가 나왔다. ㈜원원동그라미(대표 이무영)의 휴대용 자전거 ‘유토피아2’가 그 주인공이다.

㈜원원동그라미 정재근 이사
㈜원원동그라미 정재근 이사

● 전세계 최초로 국제규격 충족하는 ‘휴대용 자전거’ 개발

‘유토피아2’를 탄생시킨 원원동그라미의 정재근(57) 이사는 40년 이상 자전거만 연구하고 개발해 온 자전거 명장이다. 정 이사는 “유토피아2는 가방에 집어넣으면 신문지 한 장보다 살짝 큰 정도가 된다. 접이식 자전거가 아닌 휴대용 자전거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까다로운 국제 규격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단순히 접는 자전거가 아니라 접어서 대중교통에 실을 수 있는 자전거라는 데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다. 휴대용이란 용어는 우리가 최초다. 접이식 자전거는 많다. 우리는 휴대용 자전거다”라고 말했다.

‘유토피아2’ 전에는 ‘유토피아1’이 있었다. 2005년 12인치 바퀴에 기어를 달고 나왔다. 트렁크에 3∼4대를 넣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세상에 없는 자전거, 가족이 모두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준다는 뜻에서 유토피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토피아1’은 국제 규격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큰 인기를 끌었고, 중국에서 카피제품을 만드는 바람에 오히려 우리나라에 역수입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거듭된 연구와 개발 끝에 드디어 14인치 바퀴에 국제 운송규격을 충족시킨 완전체 ‘유토피아2’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어려움도 많았다. 정 이사는 “국내기반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중소기업인데다 개발단계이다 보니 대량주문을 할 수 없었다. 부품주문을 하러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도색을 하나 하려고 해도 주문량이 적다보니 10배를 부르는 곳도 있었다. 100만원이면 만들 볼트를 500만원을 쥐어줘야 받을 수 있었다. 정 이사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개발비용으로 빌딩 한 채를 날렸다”며 웃었다.

● “빠르고 강하다” 스피드와 오르막에 강한 유토피아2

‘유토피아2’는 이렇게 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이 작은 자전거 한 대 안에 감춰져 있는 특허만 6개. 특허대로 안 만들면 절대 이 모양이 나올 수 없단다. 어깨에 메면 수평이 딱 맞아서 편하다. 인체공학적인 설계 덕분이다.

‘유토피아2’는 “바퀴 작은 자전거는 잘 안 나간다”라는 선입견을 깬 제품이기도 하다. 14인치 바퀴의 스피드는 일반 자전거와 별 다를 게 없다. 정 이사는 “눈을 감고 타보면 일반형 자전거로 착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보조발판을 장착하면 둘이서 탈 수 있다. 7개의 관절을 1개의 레버로 잠글 수 있어 접고 펴기가 간편하다. 무게는 11.9kg. 7단 기어를 장착했지만 오르막경사에서는 21단 일반 자전거보다 더 가뿐하게 오른다. 타이어 폭이 2.25인치로 굵어 지면의 충격 흡수율을 높였다.

‘유토피아2’가 가진 최고의 메리트 중 하나는 가격 경쟁력이다. ‘유토피아2’ 정도의 성능과 휴대성을 지닌 제품은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과 대만에서 출시된 것이 있지만 가격이 모두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반면 ‘유토피아2’는 69만5000원이다.

‘유토피아2’는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바라보고 만든 제품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이 주요 대상이다. 국제 화물운송규격에 맞추기 위해 그토록 정성을 기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 이사는 “전문가들이 실시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세계시장에 진출할 경우 유토피아2의 판매량은 최소 36만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전거 시장에 휴대용 자전거 붐을 일으킬 채비를 마친 ‘유토피아2’는 최근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국내 시판을 시작했다. 작지만 강한 ‘유토피아2’의 14인치 휠이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문의 053-983-5551, http://접이식자전거.kr 또는 http://휴대용자전거.kr)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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