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서양 대표 스포츠’ 폴로, 페르시아가 조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6일 05시 45분


폴로경기의 모습.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폴로경기의 모습.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3. 폴로 그리고 격구

기원전 600년 유래…1869년 영국서 첫 경기
폴로와 비슷한 격구…발해 한치운 국내 전파

말을 동원한 사냥은 그 기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고대 동굴벽화에서 말을 사냥에 이용한 흔적이 묘사되었듯 말은 사냥에 있어서 중요한 자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역시 말을 이용한 사냥은 있었다. 산악지형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말을 이용한 사냥은 그리 적합한 여가는 아니었지만 왕가를 중심으로 한 사냥이 있었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사냥을 통해 심신을 단련했었다고 전해진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임금이 행하는 사냥을 유렵(遊獵)이라고 따로 표현했을 정도로 궁(宮)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사냥이 행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말을 이용한 대표적인 스포츠 중 하나는 ‘폴로’이다. 많은 사람들은 폴로경기가 서양의 스포츠라고 알고 있으나 사실은 동양에서 먼저 기원했다. 기원전 600년 페르시아에서 유래한 스포츠로, 페르시아에서 중국, 일본, 티벳까지 확산됐다. 1862년 인도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군이 귀국하여 본국에 소개하면서 서방세계에 전파되었으며 1869년도에는 영국에서 최초로 공식화된 폴로경기가 개최되기도 했다. 폴로는 다시 미국까지 전파되었으며 오늘날은 국제선수권대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격구(擊毬)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경기가 있다. 페르시아에서 기원한 폴로의 한국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격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한치운의 ‘해동역사’에 나타나는데, 발해 사신이 일본에 가서 격구를 직접 전파한 내용이 있다. 발해인들은 고구려의 기질을 계승한 후예답게 격구를 특히 좋아했으며, 일본에 격구를 전한 것도 발해 사신에 의해서였다. 고려시대로 접어들면서 격구는 크게 성행한다. 특히 왕들이 좋아하였는데, 의종이 격구에 능숙했다고 전해진다. 고려 말기에는 국가적인 오락 행사로까지 발전해 단오절에 대규모 격구대회가 정기적으로 치러졌으며, 이 때 격구장에는 임금이 방문해 격구경기를 직접 참관하기도 했었다.

현대 서방에서 치러지는 폴로는 골 포스트를 세운 뒤 그 포스트 사이에 공을 집어넣으면 1점을 득점하는 단순한 방식이나 우리나라의 격구는 공을 쳐서 폴로의 골포스트와 같은 구문(球門) 사이를 통과시키는 방법과 구문 사이를 공을 소유한 기승자가 말과 함께 타고 통과하는 방식 등 다양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통 격구는 구문을 세우는 방식에 따라 단구문과 쌍구문 등 여러 가지 방식의 게임이 가능하다. 조선시대까지 성행하던 우리나라의 전통 격구는 한동안 시행되지 않았다가 지난 1997년 ‘사단법인 한민족전통마상무예·격구협회’에 의하여 최초로 복원 발표되었다. 또한 한국마사회에서 경마문화축제 기간이나 말산업 박람회 등에서 전통격구를 마상무예와 함께 시연하고 있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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