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경험은 기업경영에 약일까, 독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1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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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도층 자녀의 군복무 문제는 한국 사회 뜨거운 감자다. 과거 조직행동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군복무 경험을 통해 얻은 실천적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자기과신, 호전성, 위험추구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있어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연 군복무 경험은 기업경영에 약(藥)일까, 독(毒)일까?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팀은 최고경영자(CEO)의 군복무 경험과 경영방식과의 인과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글로벌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CEO들의 군 복무 여부를 포함한 각종 신상정보는 여러 가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모았다. 마지막으로 신상정보가 파악된 4190명의 CEO들 중에서 1913~1960년에 걸쳐 출생한 자들을 최종 선별했다. 그 결과 최종 샘플은 군 복무 경험이 있는 1115명의 CEO들과 군 복무 경험이 없는 2898명의 CEO들로 구성됐다.

연구 결과, 군 복무 경험이 있는 CEO들은 보수적인 경영방침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복무 경험이 없는 CEO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하고, R&D에 대한 지출도 낮았으며, 타인자본의 차입 또한 적었다. 또 군대를 다녀온 CEO들은 그렇지 않은 CEO들에 비해 경영 비리에 연관된 확률이 현저히 낮았다. 마지막으로 군 복무 경험을 가진 CEO들의 기업은 경기가 좋지 못할 때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영성과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군 복무 경험은 올바른 경영윤리를 가진 위기에 강한 CEO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는 군 복무 경험이 주인-대리인 문제의 효과적 해결책임을 제시한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CEO들의 보수적인 투자정책과 올바른 경영윤리는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영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재벌 3·4세들의 군복무는 적극 권장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엄찬영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cyeo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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