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선미]시월의 멋진 날, 다시 일자리 만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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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영화 ‘인턴’에 나온 70세 인턴 ‘벤’(배우 로버트 드니로)은 인간으로도, 남자로도 멋있었다. 한 온라인쇼핑몰 회사가 사회공헌으로 뽑은 시니어(노년) 인턴에 용기 있게 도전한 것이다.

그는 입사 이후 늘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출근해 30세 여사장과 젊은 직원들의 업무를 돕는다. 인생 상담도 해 준다. 은퇴 전 직장에서 부사장까지 지냈는데도 “내가 왕년에…”라는 뻣뻣한 태도가 없다. 이 회사에서 남녀노소 직원이 서로를 이해하며 각자의 부족한 점을 메우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70세 인턴은 정규직이 아니다. 그런데 재취업하려는 중장년이 인턴 자리 하나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10월 22,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5 리스타트 잡페어―다시 일하는 기쁨!’을 연다. 중장년층, 경력 단절 여성, 청년층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소개한다.

이 박람회가 소개하는 일자리 중 상당수는 최근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주역인 ‘시간선택제 일자리’다. 원하는 시간대에 일하면서도 4대 보험 혜택 등 정규직과 비교해 차별받지 않는다. ‘소수가 장시간 일하는 사회’에서 ‘다수가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회’가 되는 길이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어 여성 근로자의 호응이 크고, 업무 효율이 높아져 기업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다니던 직장을 관뒀다가 최근 시간선택제로 입사해 낮 12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일하는 한 30대 여성은 “아기가 잠잘 때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마음이 짠해졌다. 며칠 전 친정엄마는 바쁜 나를 대신해 미장원에 데려갔다 왔다며 한껏 훤해진 세 살배기 아들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명문대를 나오고 아이 키우느라 직장을 관뒀던 내 친구들은 “나도 다시 일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이 박람회 실무를 맡아 일하면서 이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60대 중소기업 임원 A 씨, 40대 대기업 부장 B 씨와 은퇴 후 리스타트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됐다.

“친구들과 만나면 은퇴 후 일자리보다 ‘일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해요. 제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프로젝트 단위로 맡아 일하는 게 기업이나 저나 부담이 덜할 것 같아요.”(A 씨)

“‘리스타트’할 기회가 있다면 과거 비슷한 일을 했어도 신입의 자세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 후배들이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언하겠어요.”(B 씨)

다시 70세 인턴 이야기. 아내와 사별한 그는 사랑도 ‘리스타트’한다. 새 직장의 마사지사로 일하는 어느 ‘돌싱’ 할머니를 만난다. 중장년 남성들은 말했다. “그 나이에 상대의 과거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지금 마음이 맞으면, 편안하면 되는 거죠.”

리스타트하려면 편안하고 너그러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대개의 중장년층 남성은 ‘과거의 나’에 얽매여서, 혹은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게 두려워서 전일제 일자리만을 고집하다가 재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70세 인턴은 말했다. “뮤지션에게 은퇴란 없대요.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안엔 아직도 음악이 남아 있어요.”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아직도 음악이 들리나요. 그렇다면 10월의 어느 멋진 날 일자리 미팅을 나와 보시죠. 그럼 다음 주 목요일 광화문광장에서 뵙겠습니다.

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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