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자원봉사자 면책조항 신설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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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성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미국 변호사
안준성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미국 변호사
지난달 검찰은 세월호 민간 잠수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공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동료 잠수사의 죽음에 형사책임을 물은 것이다. 실종자 수색작업 당시 작업배치를 담당하는 선임 잠수사 역할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 해경이 기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책임회피 논란이 일었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 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세월호 잠수사처럼 자원봉사를 해도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는 한 형사상 책임을 감면해 주는 법률상 면책조항,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법(Good Samaritan Law)’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자원봉사자 보호 장치는 미비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부상 때 치료를 하고 사망 또는 장애를 입었다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장비 수리비용 보상조항은 임의사항이고 훈장 또는 포장을 수여할 수 있는 포상 조항은 세월호 사건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은 타인의 신체 또는 재물 손괴에 보험가입 조항이 있으나 강제사항이 아니고 기존에 설립 또는 설치된 기관 법인 단체 등에 소속돼야만 적용된다.

미국 연방의회는 1997년 ‘자원봉사자보호법’을 제정했다. 다수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자연재해 구조작업 또는 대규모 자원봉사 조직 활동에 참여하는 때 적용된다. 자원봉사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로 발생한 어떠한 손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이다. 자원봉사자 형사처벌 및 징벌적 손해배상은 금지된다. 민사소송은 주법원에서만 선별 허용된다.

자원봉사자보호법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면책범위를 최대한 늘린다. 연방법 우선주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주법이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할 때는 주법을 적용한다. 둘째, 보상기준이 엄격하다. 실제 비용 등에 합리적 보상을 제외한 다른 보상을 받으면 안 된다. 또 직급을 막론하고 매년 500달러를 넘는 어떠한 형태의 경제적 가치를 받을 수 없다. 셋째, 금지행위도 있다. 폭력범죄, 인종범죄, 인권법 위반, 음주 등의 위법행위는 보호받지 못한다. 넷째, 제3자에 대한 자원봉사자의 책임만 제한한다. 비영리단체 또는 정부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3자 소송 패소 때 자원봉사자를 상대로 하는 구상권 청구도 가능하다.

자원봉사자들을 불필요한 소송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한국식 자원봉사자보호법 제정을 제안한다. 세월호 구조처럼 대규모 자원봉사자가 필요할 때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는 한 형사처벌을 면하게 해야 한다. 면책조항 신설과 더불어 비조직화된 자원봉사자들과의 개별 응원협정 체결 및 관련조항 사전고지 의무도 법제화해야 한다.

안준성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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