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9회초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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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4차전 넥센에 5-9로 끌려가 패색 짙었지만
양의지 역전 2타점 2루타 등 6점 뽑아 11-9 환호
3승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 NC와 18일부터 격돌

영웅 양의지 두산 양의지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9로 뒤진 9회초 1사 1, 3루에서 넥센의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뽑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양의지는 넥센 중견수 유한준의 실책을 틈타 3루까지 진루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영웅 양의지 두산 양의지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9로 뒤진 9회초 1사 1, 3루에서 넥센의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뽑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양의지는 넥센 중견수 유한준의 실책을 틈타 3루까지 진루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메이저리그 전설로 지난달 22일 세상을 떠난 요기 베라가 남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되살아났다. 두산은 14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9회 4점 차를 뒤집는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3승 1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날 9회초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넥센의 완승 분위기였다. 5-9로 뒤진 채 9회초 마지막 공격에 나선 두산은 오재원과 김재호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정수빈의 뜬공 아웃으로 1사 1, 3루로 변한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허경민은 넥센의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상대로 이날 자신의 네 번째 안타를 때려내며 추격을 시작하는 1점을 팀에 안겼다. 경기 전 조상우의 볼이 너무 빨라 때리지 못할 것이라던 허경민의 말은 엄살이었다.

기세가 오르자 3차전까지 침묵하던 두산의 중심타선도 폭발했다. 대타로 나온 오재일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1사 만루를 만들자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던 김현수가 우전안타로 2명의 주자를 불러들였다. 8-9로 넥센의 턱밑까지 추격한 두산은 5번 타자 양의지의 좌중간 2루타와 넥센 중견수 유한준의 실책으로 주자 2명이 홈을 밟으며 기어이 경기를 뒤집었다. 계속된 찬스에서 3루 주자 양의지는 최주환의 낫아웃 때 넥센 포수 박동원이 볼을 놓치는 사이 홈을 밟아 쐐기점을 올렸다.

전날 3차전까지 도루를 1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넥센의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주자가 뛸 듯 말 듯해주면서 두산 투수의 템포를 크게 흔드는 효과를 얻었다”며 승리의 자신감을 보였다. 염 감독의 말대로 경기 초반은 넥센의 뜻대로 풀렸다. 두산에 먼저 두 점을 내줬지만 넥센은 2회말 박병호가 볼넷으로 나가면서 두산 수비를 흔들었다. 박병호가 도루를 할 것처럼 스타트를 끊는 동작을 하자 두산 선발 이현호의 투구 리듬이 흔들렸다. 이현호는 유한준에게도 볼넷을 내주고 김하성에게 안타를 맞아 1실점했다. 당황한 이현호는 1, 3루에서 1루 주자 김하성의 도루를 의식하다 견제구 실수로 동점을 내줬다.

여러 차례 병살타로 득점 기회를 무산시킨 두산은 그러나 2-9로 뒤진 7회부터 착실히 추격전을 벌이며 대역전극을 끌어냈다. 이날 두산의 7점 차 역전승은 포스트시즌 신기록이다. 두산은 2001년 10월 25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6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는 1승 2세이브를 거둔 두산의 마무리 이현승에게 돌아갔다. 9회 역전 결승타를 터뜨린 양의지는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두산은 18일 오후 2시 마산구장에서 NC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벌인다.

▼양팀 감독의 말▼

▽두산 김태형 감독=9회 1, 2루 상황에서 오재일이 볼넷으로 진루하면서 김현수가 안타를 치면 뒤집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선수가 잘했지만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로 뽑힌 투수 이현승이 마무리 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믿음직하니 야수들도 편하게 경기를 한 것 같다.

▽넥센 염경엽 감독=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부가
꼬이면서 시리즈가 힘들어졌다. 선발 투수진이 취약하다 보니 불펜 투수 3명에게 과부하가 걸렸다. 정규시즌에서 부족한 부분을
포스트시즌에서 보답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끝나게 돼서 팬들에게 죄송하다. 성적 책임은 감독에게 있고 한마디로 아쉬운 시즌이다.

유재영 elegant@donga.com·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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