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디지털 혁명 중… ‘스마트 공장’으로 앞서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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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중국 경제계 ‘거물’ 2인이 말하는 ‘한국 제조업이 나아갈 길’
공학한림원 ‘산업혁신 국제콘퍼런스’ 참석차 방한
조 케저 지멘스그룹 회장

“제조업의 변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디지털화’일 겁니다. 디지털 업계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조업이 지배했던 시장, 예를 들면 자동차산업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조 케저 지멘스그룹 회장이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공학한림원이 14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연 창립 2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 기조 강연자로 나섰고, 이어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케저 회장은 구글이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무인자동차와 애플이 개발 중인 아이카(iCar)를 예로 들며 “디지털화는 제조업과 같은 전통산업에도 침투하고 있다”며 “한국과 독일처럼 강력한 산업국가엔 지금이 더욱 중요한데, 제조업이 경제에 가장 핵심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케저 회장은 독일 제조업의 미래 비전으로 ‘인더스트리 4.0’을 꼽았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 공장’을 구축해 공정 혁신, 생산성 향상을 이루는 개념이다. 그는 “최종 소비자가 제조업체의 생산 시스템과 직접 소통하며 제품 생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공급업체로부터 필요한 원재료를 주문하는 한편, 제조 일정을 세우고 완제품 선적을 준비하고 결제하는 식으로 ‘전통적인 공정’을 대대적으로 혁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케저 회장은 제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삼성이나 지멘스와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참여해 공동 수혜자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는 폐쇄된 공간에서 연구개발(R&D)을 통해 혁신했다면, 이제는 협업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게 새로운 혁신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데이터 보안과 권리 관련 문제를 고민할 것 △근로자들의 자질을 재정비할 것을 조언했다.

기자간담회에서 폴크스바겐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케저 회장은 “다른 회사에 대해 평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수많은 독일 회사 중 (폴크스바겐은) 그 하나이고, 큰 실수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기업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고 있고, 환경도 사회 기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바이청 칭화대 교수

중국 공학 분야 권위자인 류바이청 중국 칭화대 교수가 ‘중국 제조 202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중국 공학 분야 권위자인 류바이청 중국 칭화대 교수가 ‘중국 제조 202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제가 한국에 올 때 보잉777기를 타고 왔습니다. 만약 중국이 지금 이런 비행기를 제작하려면 모터 등 핵심 부품을 모두 수입해야 합니다. ‘중국 제조 2025’를 통해서 중국은 기술 자립국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중국 공학 분야 최고 학술기관인 중국공정원 원사(院士·최고 대우를 받는 학자)인 류바이청(柳百成) 중국 칭화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현재 제조업 ‘대국’이지만 ‘강국’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류 교수는 5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자문위원으로 한국공학한림원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산업혁신 전략 국제콘퍼런스 연사로 참석했다.

중국 제조 2025는 숫자 ‘1, 3, 5, 5, 10’으로 설명할 수 있다. 1은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한(1) 가지 목표를 뜻한다. 3은 3단계 발전 계획을 의미한다. 2025년에 제조업 강국 대열에 들고, 2035년에는 제조업 강국의 중간 수준, 2045년에는 제조업 강국의 선두그룹이 되겠다는 것이다.

5는 혁신, 질적 향상, 구조조정, 녹색 제조, 인력 양성의 5가지 사상을 가리킨다. 또 다른 5는 기술혁신센터 구축과 스마트제조업, 소재부품의 품질 향상, 녹색사업, 특정산업 집중사업 5개를 말한다. 마지막 10은 집중할 산업의 수로 정보산업, 로봇, 우주항공설비, 신소재, 전력설비, 바이오의학 등이 속한다.

한국의 ‘제조업 혁신 3.0 전략’과 내용이 비슷해 경쟁관계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 그는 “한국과 중국을 경쟁관계로 보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 제조 2025는 외국 기술을 배척하거나 국내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폐쇄적인 전략이 아니다”며 “중국과 한국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며 윈윈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제조업#스마트공장#류바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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