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누드사진 없는 플레이보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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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 먼로, 패멀라 앤더슨, 샤론 스톤, 샬리즈 시어런 그리고 마돈나. 이들의 공통점은 플레이보이지(誌) 표지에 누드사진을 실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플레이보이 표지 누드모델은 공인된 섹스심벌이다. 많은 여성들이 플레이보이 표지 모델을 거쳐 유명 연예인이 되었고 또 다른 여성들은 이를 통해 성매매와 마약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논란 많던 플레이보이 누드 표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플레이보이를 발간하는 휴 헤프너가 내년 3월부터 플레이보이 인쇄판 표지에 여성 누드사진을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플레이보이의 역사에서 메릴린 먼로 누드를 1953년 창간호에 게재한 것만큼이나 중요한 변화다. 플레이보이 수석편집자 코리 존스의 제안에 따른 이 결정은 펜트하우스 허슬러 등 유사한 성인잡지의 편집 방침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누드사진이 없는 플레이보이는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글쎄다. 플레이보이는 지난해 9월부터 인터넷판에 누드사진을 게재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독자들의 평균 연령이 크게 낮아지고 방문 건수는 훨씬 늘었다. 인터넷을 열면 사방에 널린 것이 여성 누드인 시대에 자극적이지 않은 플레이보이 표지 누드는 경쟁력이 없다. 오히려 홈페이지에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은 플레이보이만이 가진 차별적 콘텐츠였다. 실제로 이 잡지에는 마틴 루서 킹, 빌 클린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유명인사 인터뷰나 격조 높은 단편소설이 자주 실렸다.

▷구독자가 대거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미국 잡지 산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71년의 역사를 가진 사진잡지 라이프가 폐간됐고 뉴스위크도 폐간되었다 최근 복간되었다. 1975년 750만 부를 자랑하던 플레이보이의 발행부수는 현재 80만 부로 쪼그라들었다. 클릭 한 번으로 생생한 포르노를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세상에서 구독자들은 누드 따위를 보려고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플레이보이의 브랜드나 다름없는 표지 누드 포기에서 인터넷이라는 변화의 격랑에서 살아남으려는 잡지의 몸부림이 느껴진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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