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조상우 ‘마무리카드’가 결정적 패착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9회초 역전을 허용한 넥센 조상우가 강판되고 있다. 목동｜김종원기자 won@donga.com

1·3차전 많은 투구수 걸림돌
9회 연속 안타 맞고 와르르

넥센 조상우(21)의 마무리카드는 결정적 패착이 됐다.

14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넥센은 9-5로 앞선 9회초 한현희가 선두타자 오재원과 김재호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정수빈을 우익수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고, 넥센 벤치는 곧장 승부수를 띄웠다. ‘마무리’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손승락과 한현희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갈 것이다”고 말하며 조상우의 등판 시점을 최대한 늦췄다.

그러나 많은 투구수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조상우는 7일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9구를 던지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10일 열린 두산과의 준PO 1차전에선 3-2로 앞선 8회부터 등판했지만 9회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동점을 허용하며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이날도 48구를 던졌다. 13일 3차전에선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1.1이닝 동안 또 34구를 던졌다. 한 야구 관계자는 “조상우가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아니다. 3차전 때 볼끝에 힘이 없었고, 어렵게 제구를 가져갔다”고 귀띔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1사 1·2루 위기에서 첫 타자 허경민을 맞았다. 첫 공이 몸쪽 낮은 쪽으로 크게 빠졌다. 2구째 공을 던졌지만 힘없이 스트라이크존에 밀려들어갔고, 좌전안타로 연결됐다. 오재원이 득점해 7-9가 됐다. 대타 오재일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타자는 김현수였다. 조상우는 5구째 승부 끝에 우전적시타를 내주며 8-9까지 추격당했다. 다음 타석은 양의지. 조상우는 좌중간 2루타를 맞았다. 좌익수 문우람의 포구 실책까지 겹쳐져 단숨에 9-10으로 역전됐고, 승부는 완전히 기울었다. 전의를 상실한 조상우는 폭투까지 내주며 1점을 추가 실점했다.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조상우는 ‘넥센이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카드’였다. 부진한 손승락을 대신해 시즌 후반 마무리로 기용됐다. 시속 150km 중반을 넘기는 힘 있는 강속구를 던지며 새로운 마무리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들쑥날쑥한 모습으로 시즌 중반 한때 2군에 떨어지기도 했던 위험도 지니고 있었다. 성장 중인 투수였지만 완성형 투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과부하 논란 속에 이날 고비를 넘지 못하며 쓸쓸히 가을무대를 접었다.

목동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