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난세영웅’ 양의지, 9회 기적의 2루타

‘마산으로 가자!’ 두산 선수들이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PO 4차전에서 11-9로 대역전승을 거둔 뒤 마운드에 모여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목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9회초 1B-2S 불리한 상황서 2루타
7점차 대역전극 완성 ‘데일리 MVP’

두산의 안방마님이 최고의 가을 드라마를 완성했다. ‘미러클 두산’의 기운이 포수 양의지의 배트 위에 내려앉았다. 양의지는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짜릿한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4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두산은 5-9로 뒤진 채 9회초를 시작했다. 패색이 짙었다. 선두타자 오재원이 중전 안타, 김재호가 좌전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지만, 정수빈의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쪽으로 날아가면서 아웃카운트가 하나 늘었다. 1사 1·3루. 여기서 넥센 투수가 조상우로 바뀌었다. 넥센이 시리즈 내내 앞장세웠던 최강의 필승카드다. 그러나 이미 두산의 공격은 매서운 흐름을 탄 뒤였다. 허경민이 좌전 적시타를 터트려 6-9. 이때부터 불안해진 조상우는 대타 오재일에게 제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왔다. 이어진 1사 만루서 두산 4번타자 김현수의 차례가 돌아왔다. 김현수가 힘껏 휘두른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졌다.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았다. 8-9. 어느새 두산 덕아웃이 희망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두산 양의지가 기적적인 역전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양의지(왼쪽)가 14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의 준PO 4차전 9회초 1사 1·3루서 전세를 10-9로 뒤집는 2루타를 터트린 뒤 조상우의 폭투 때 홈까지 파고들어 쐐기 득점을 올리고 있다. 목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 순간 양의지가 타석에 걸어 들어왔다. 1사 1·3루였다. 양의지는 시리즈 내내 중심타선에 배치됐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3차전까지 8타수 1안타(타율 0.125), 2볼넷, 3삼진에 그쳤다. 4차전에서도 4회와 8회 두 차례 안타를 쳤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영웅은 원래 난세에 탄생하는 법이다. 양의지는 볼카운트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조상우의 5구째 슬라이더를 힘껏 받아쳤다. 타구가 큼지막하게 날아가 목동구장 외야 좌중간을 갈랐다. 3루주자 장민석이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9-9 동점. 그리고 놀란 넥센 외야진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1루주자 김현수도 홈으로 향했다. 양의지 역시 2루를 밟은 뒤 그 틈을 타 3루까지 향했다.

그들이 달리는 사이 두산 관중석과 덕아웃은 그야말로 날아갈 듯한 환호로 가득했다. 3루에 도착한 양의지가 슈퍼맨처럼 두 팔을 하늘로 뻗으며 포효했다. 두산의 집중력이 빚어낸 대역전극. 그리고 그 드라마를 완성한 게 바로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2013년 넥센과의 준PO에서는 부상과 부진이 겹쳐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대신 포수 마스크를 썼던 최재훈이 공수에서 펄펄 나는 모습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그러나 이번 가을은 달랐다. 마지막 순간, 가장 빛나는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이와 함께 두산은 PO로 향하는 쾌속선에 올랐다. 그 배의 조타수가 바로 양의지였다.

목동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