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 무임승차’ 오해, 美교포 대학생이 풀어줘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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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주장하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일격을 날린 사람은 한국계 스무 살짜리 대학생이었다. 하버드대 로고가 박힌 후드티를 입은 조지프 최(한국명 최민우)는 12일 트럼프의 강연에 손들고 나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일절 내지 않는다는 (당신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매년 8억6100만 달러(약 1조 원)를 분담한다”고 수치를 들어 공박했다. 당황한 트럼프는 “그래 봤자 푼돈(peanut)”이라고 군색하게 응수했다.

한국이 올해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내는 9320억 원은 우리에게 결코 푼돈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막말 트럼프’의 견해에 공감하는 여론이 미국 조야에 적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트럼프는 미국사회 일각에서 오랫동안 제기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며 “왜 한국 같은 부자 나라가 동맹에 더 기여를 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국 전승절 행사 이후 미국 언론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론(傾斜論)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한국이 중국을 의식해 동아시아 지역안보 문제에 미온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외교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교포 대학생만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이 한국에 일방적 시혜를 베푼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은 동맹관계에서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표방하는 미국은 주한미군을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이익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 무기 도입의 80%를 미국에서 할 정도로 고가의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들여오는 국가다. 한미연합방위체계를 고려해 미제 무기와 장비를 집중적으로 들여온 결과이니만큼 미국으로서도 한미동맹을 통해 얻는 것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나흘간의 워싱턴 체류 일정을 통해 이 같은 안보 무임승차론과 중국 경사론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미국이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대해서도 진솔한 논의가 필요하다. 남중국해를 비롯한 지역안보질서 유지, 사이버 안보와 테러 대응 등 글로벌 이슈에서의 협력을 논의해 동맹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에게 절실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미국에서 이전받게 된다면 한미동맹의 특별한 의미를 대내외에 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력에 맞게 미 주도의 세계질서에 기여하고 협력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호응하되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얻어내는 ‘윈윈’의 실리외교로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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