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MOVIE]“요즘 상황 잘 반영” “판타지일 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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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300만 넘보는 영화 ‘인턴’ 뜻밖 흥행 비결은?

세상에 이런 인턴이 있을까. 인턴 벤(왼쪽)은 온라인 쇼핑몰 최고경영자(CEO)인 줄스의 전담 직원이 돼 바쁜 그를 편안히 모시는 운전기사, 위기 상황에서 돕는 해결사, 고민 상담을 하며 눈물을 닦아 주는 친구 역할까지 한다. 올댓시네마 제공
세상에 이런 인턴이 있을까. 인턴 벤(왼쪽)은 온라인 쇼핑몰 최고경영자(CEO)인 줄스의 전담 직원이 돼 바쁜 그를 편안히 모시는 운전기사, 위기 상황에서 돕는 해결사, 고민 상담을 하며 눈물을 닦아 주는 친구 역할까지 한다. 올댓시네마 제공
예상치 못한 복병이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인턴’ 관객 수가 230만 명을 넘어섰다. 쟁쟁한 영화가 즐비했던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관객 약 70만 명을 모으더니 한때 주말 관객 수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관객 수 300만 명은 무난하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에는 창업, 청년실업, 100세 시대, 워킹맘 등 요즘 한국 사회의 화두가 여럿 등장한다. 성공한 온라인 쇼핑몰 최고경영자(CEO)이자 워킹맘인 줄스(앤 해서웨이)의 회사에 은퇴한 70대 노인 벤(로버트 드니로)이 인턴으로 취직한다. ‘노인은 싫다’던 줄스는 정신없이 살아야 하는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는 벤에게 위로 받고, 벤은 줄스와의 교류와 새 직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찾아간다.

대형 블록버스터도 아닌 영화가 이처럼 입소문을 타고 흥행하는 이유는 뭘까. 수습기자 신분을 갓 벗은 2년 차 남성 기자와 사회의 쓴맛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8년 차 여기자가 ‘인턴’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김배중=일단 난 줄스의 남편이 정말 부럽던데. 돈 잘 버는 아내 덕분에 집에서 ‘전업 남편’을 하는 거,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거든.

▽이새샘=그건 회사 다니기 싫다는 말? 근데 영화에선 ‘집에서 논다’는 주변 시선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서 줄스를 배신하잖아. 줄스만 불쌍하게 됐지 뭐.

▽김=난 오히려 줄스가 자기중심적이라고 느꼈어.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 앉은 자리에 풀 한 포기 안 날 거 같은 타입이잖아. 그런 여자는 좀 감당하기 힘들지.

▽이=이거 봐, 남자들은 능력 있는 여자가 좋다면서 정작 그런 여자를 보면 부담스럽다고 하지. 줄스가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야 했던 것도 다 그런 이중적인 시선 때문 아냐?

▽김=그, 그런가…. 아무튼 나도 벤을 보면서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나를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도움을 주는 어른이 내 주변에도 있으면 좋겠다 싶더라.

▽이=말 돌리기는. 그런데 그렇게 늘 받아주고 들어 주는 어른, 주변에 없지 않아? 벤도 스스로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하잖아. 결국 다 환상이야. 난 현실과 너무 차이가 나니 오히려 씁쓸하던걸.

▽김=맞아. 그렇게 간섭으로 느끼지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언해 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그래도 난 벤처럼 지혜가 있는 어르신들이 주변에 있는데 사람들이 편견 때문에 등한시하는 건 아닐까 새삼 생각해 보게 됐어.

▽이=난 줄스도 이중적이라고 느꼈어. 진취적인 여성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적인 지지대가 되어줄 ‘옛날 남자’도 필요한 거잖아.

▽김=지치고 힘들 때 버팀목이 돼 줄 사람은 누구나 필요하지. 지난해 인기였던 드라마 ‘미생’만 하더라도 오상식 과장과 장그래가 멘토와 멘티 관계였잖아. 한국 사람들이 멘토가 돼줄 만한 어른을 정말 필요로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근데 그때도 오상식 과장 같은 상사는 실제로는 없다고들 했었잖아.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지혜가 현재에 적용되기 힘들어졌지. ‘어른의 지혜’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거라는 환상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

▽김=그런 점에서 전화번호부 만드는 회사에서 근무하던 벤이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 재취업해서도 제 몫을 한다는 줄거리, 꽤 한국 상황에도 맞아떨어지는 이야기 아냐?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지혜가 있다는 메시지가 관객들을 설득했다고 봐.

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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