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시장 ‘슈퍼 엘니뇨의 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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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온도 상승 따른 기상이변… 가뭄-폭우에 농산물 수확량 급감
3주새 설탕 31%-팜유 13% 급등… 전문가 “2016년까지 영향 지속될 것”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엘니뇨(El Ni~no)’가 지구촌을 흔들 기세다.

이미 올해 5월부터 시작된 ‘슈퍼 엘니뇨’로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심한 가뭄과 폭염에 이어 때 아닌 물난리를 만났다. 요즘 농산물 시장에는 가격 폭등이라는 빨간불이 켜졌다.

더 큰 문제는 18년 만에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는 엘니뇨 현상이 수그러드는 시점을 모른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상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엘니뇨 현상이 연말에도 정점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까지 그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 도시 생활과 해양 경제도 위협

엘니뇨란 적도 부근의 무역풍이 약화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수개월에 걸쳐 가뭄과 폭우와 같은 이상 기후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미국과 호주 기상당국은 올해 초부터 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기상 이변을 대비하지 못했던 곳에서는 인명 피해를 동반한 참사를 겪었다. 올여름 인도 남부에서는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돼 사망자가 2000명이 넘었다.

이상기후로 인한 부작용은 다른 나라 도시로도 번져 갔다.

싱가포르의 아이기 콩 씨(35)는 요즘 밖에 나가기가 겁이 난다. 인도네시아에서 7월부터 시작된 산불이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악화되면서 심각한 연무가 이웃 싱가포르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콩 씨는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시꺼먼 연무가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어 고통스러울 지경”이라며 “휴교령이 자주 내려지고 항공편이 결항되거나 연기되는 일이 반복돼 큰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슈퍼 엘니뇨로 해양 경제도 위협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뜨거워진 바다로 인해) 역사상 최악의 산호초 백화 현상이 우려된다”고 9일 보도했다. 산호초 백화 현상은 산호 몸속에서 살던 공생 조류가 빠져나가 색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 전문가들은 “산호초가 파괴되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에 의존해온 전 세계 5억 명이 삶의 터전을 잃는 엄청난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 엘니뇨에 공습당한 농수산물 시장

WSJ는 13일 “슈퍼 엘니뇨의 여파로 농산물 원자재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며 엘니뇨가 세계 농산물 시장을 공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뭄이 닥쳤던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는 강우량이 예년보다 40%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수확량도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의 산불도 앞으로 동남아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기상 이변이 속출하자 농수산물 시장은 벌써부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최근 3주간 설탕 가격은 31%, 팜유 13.1%, 밀은 6.1% 각각 상승했다. 유제품은 36% 올랐다.

식품 가격에도 기상 이변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9월 전 세계 음식료 가격이 1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설탕과 유제품 가격 상승이 이 같은 현상을 주도했다.

아시아 곳곳에서는 수확량 전망치를 예년보다 크게 내리고 있다.

세계 밀 생산량의 14%를 차지하는 호주에서는 엘니뇨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밀 생산이 반 토막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태국 쌀수출협회는 올해 쌀 수확량이 전년보다 15∼20%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커피 및 카카오 생산 연맹은 “올해 커피 생산량이 급속히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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