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머지않다” 눈 덮인 마터호른서 점프하고 구르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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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굴스키대표팀 스위스 전지훈련 현장 가보니
매일 해발 3818m서 훈련 소화… 체력단련-성과분석 이어져

13일 체어마트 전지훈련에서 점프를 하는 모굴스키 국가대표 서명준. 한국 모굴스키 대표팀은 1일부터 약 보름간의 일정으로 스위스 체어마트의 만년설 지역인 마터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에서 실전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제공
13일 체어마트 전지훈련에서 점프를 하는 모굴스키 국가대표 서명준. 한국 모굴스키 대표팀은 1일부터 약 보름간의 일정으로 스위스 체어마트의 만년설 지역인 마터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에서 실전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제공
스위스의 마터호른 아래 있는 작은 마을 체어마트. 요즘 이곳은 각국의 스키 국가대표팀들로 북적인다. 9∼10월에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유명 스키선수 사인을 받고 싶거든 체어마트로 가라’는 말이 만들어진 이유다. 2018년 평창에서 설상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는 한국 모굴스키 대표팀도 1일 이곳에 짐을 풀었다.

스위스까지 왔건만 대표팀 선수들은 이 지역의 대표 음식인 치즈 퐁뒤를 한 번도 못 먹었다. ‘노 오일 노 소스(NO Oil No Sauce)’를 원칙으로 하는 토비 도슨 대표팀 코치의 엄격한 식단 관리 때문이다. 도슨 코치는 “페라리에 싸구려 연료를 넣을 수 없다. 올림픽에서 역사를 쓰겠다는 선수들이 아무거나 먹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모굴스키는 눈이 쌓인 언덕을 내려오면서 회전기술, 공중연기, 속도를 겨루는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이다. 아직 한국에 제대로 된 모굴 코스가 없어 대표팀은 호주, 스위스, 핀란드 등지에서 대부분의 훈련을 한다. 훈련 장소가 유명한 관광지라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대표팀은 이곳에서 ‘스키훈련-체력훈련-개인별 비디오 분석’의 고단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선수들은 매일 오전 8시 15분이면 스키장비를 메고 마터호른(해발 4478m) 정상 아래쪽의 마터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해발 3818m)로 가는 곤돌라에 올라탄다. 훈련은 그때부터다. 대표팀은 매일 스키를 타기 전 기분과 컨디션, 스키를 탈 때의 느낌을 심리전담 코치인 페리 리(GKL 소속)에게 적어낸다.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도록 평소 생활방식을 맞추기 위해서다.

모굴코스 출발선에 도착하면 리 코치가 기다리고 있다. 도슨 코치의 요청으로 대표팀 훈련에 동행하고 있는 리 코치는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에게 ‘강공작전’을 자주 펼친다. 최재우(21)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4위라는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고도 “메달을 못 따 짜증이 났다”고 말할 만큼 승부욕이 강하다. 이날(13일)도 리 코치는 “미카엘 킹즈버리(세계 랭킹 1위·캐나다)가 첫 점프까지 7.2초를 끊었다. 너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최재우의 승부욕에 불을 지폈다. 최재우는 첫 점프까지 7.29초를 찍었다. 서정화(25) 역시 자신이 가다듬고 있는 ‘CORK 7(2회전 백점프)’을 완벽하게 해내는 일본 선수를 보며 자극을 받았다. 리 코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일본 선수보다 더 높게 뛰라”는 주문을 했다.

코스 아래에서는 도슨 코치와 황성태 코스·장비 코치가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준다. 최근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급상승하자 외국 코치들은 도슨 코치가 대표팀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들으려고 애쓴다. 이 때문에 도슨 코치는 ‘피똥’ 등 외국 코치들이 절대 알 수 없는 단어를 암호로 쓰기도 한다.

도슨 코치는 “2018년까지 남은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며 빡빡한 훈련 스케줄을 짜고 있다. 도슨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대회에 나오면 심판들이 ‘뭔가 보여주겠구나’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대한스키협회(회장 신동빈)도 통 큰 인센티브로 선수들의 ‘평창 꿈’을 응원하고 있다. 협회는 올림픽에만 있던 포상금을 유스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17일 잠시 귀국하는 대표팀은 11월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12월 핀란드에서 열리는 FIS 월드컵에 참가해 그동안의 훈련에 대한 중간점검을 받을 예정이다.

체어마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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