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 방글라데시 200억대 군납계약 확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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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독점 일본 방해뚫고 첫 진출… KOTRA도 수출지원 적극 나서

한국 기업 5곳이 방글라데시 군(軍) 조달시장에서 각종 난관을 뚫고 총 200억 원대의 계약을 따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한국 수출액이 지난달까지 9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한 가운데 얻은 성과다.

13일 KOTRA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육군 입찰에서 한국 기업들이 버스(대우인터내셔널), 지프(기아자동차), 특장차량(화인특장), 굴착기(두산인프라코어), 타이어 등의 분야에서 6월 말 우선공급자로 선정됐고, 3개월 만에 협상을 거쳐 최근 계약 체결을 확정했다.

한국 기업은 수송 장비, 기계류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처음엔 입찰 참가 자체가 불가능했다. 방글라데시 육군 입찰에는 ‘국가등급제’를 적용하는데, 한국은 중국과 B등급에 속해 참가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A등급에 속한 선진국들의 로비로 등급 상승은 번번이 좌절됐다.

KOTRA는 현지 수출 애로사항을 발굴하던 중 이를 포착하고 대책을 세웠다. 우선 군과 의견을 조율하고 정보를 입수할 사람이 필요했다. 군 입찰을 담당하는 수많은 에이전트와의 면담 끝에 군 고위층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섭외했다.

정부도 힘을 보탰다. 주방글라데시 한국대사는 현지 육군참모총장을 만나 한국의 등급 상향을 논의했고, 고위 장성 20여 명을 관저에 초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지 육군조달위원회는 선박 등 일부 품목만 등급을 올리자고 의제를 제출했다. 하지만 육군참모총장은 “전체 품목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2013년 11월 한국은 전 품목이 A등급으로 올랐다.

KOTRA는 이런 기회를 활용해 지난해 ‘방글라데시 조달시장 진출기업 풀 제도’를 만들어 기업 약 30곳을 모았다. 유망 입찰 건을 발굴해 소개하고 유력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등 입찰 전반을 도왔지만, 또 다른 어려움에 부닥쳤다. 시장을 오래 독점해 온 기업들이 방해공작을 펼친 것이다. 기아차가 군용 지프 입찰에 가장 낮은 가격으로 응찰했다는 정보가 알려지자, 한 일본기업은 현지의 인맥을 활용해 “엔진마력이 약해 산악지대 운행이 안 된다”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다”는 소문을 퍼뜨려 입찰을 유찰시키려 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육군참모총장 등 최고위층이 지원군으로 나섰다. 지난해 9월 방한해 입찰 참가를 원하는 기업 3곳과 면담을 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이들은 “전쟁 위험이 있는 분단국가에서 이미 사용되는 제품인데 어떻게 품질 문제가 있을 수 있겠느냐”며 이견을 일축했다. 한국 기업들이 처음으로 방글라데시 육군 시장을 개척한 순간이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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