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Travel]로마유적부터 사해까지… 非신자도 즐길거리 풍성한 이스라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 고고학적 관점에서 즐기는 여행

사해의 해돋이는 이렇듯 황홀하다. 청징한 사막의 여명을 밝히는 해도 그렇고 수면에 뜬 채로 체험하는 해맞이도 그렇다. 저 동쪽은 요르단. 1994년 평화협정 전만 해도 1967년 6일전쟁 이후 적대하던 곳이다. 사해(이스라엘)=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사해의 해돋이는 이렇듯 황홀하다. 청징한 사막의 여명을 밝히는 해도 그렇고 수면에 뜬 채로 체험하는 해맞이도 그렇다. 저 동쪽은 요르단. 1994년 평화협정 전만 해도 1967년 6일전쟁 이후 적대하던 곳이다. 사해(이스라엘)=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이스라엘. 그 앞엔 늘 붙는 두 글자가 있다. ‘성지(聖地)’다. 유일신을 믿는 종교 세 개(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가 모두 한 도시를 성지로 삼고 있어서다. 예루살렘이다. 성지는 순례의 목적지이고, 순례는 인류가 최초로 시작한 여행이다. 죽음도 불사하는 숭고한 여행.

그런데 비(非)신자에겐 다르다. 종교보단 인문학적 호기심으로 찾는 여행지다. 2000년간 유랑하던 유대인이 다시 모여 세운 나라, 테러와 전쟁으로 점철된 ‘중동의 화약고’, ‘한 도시 세 성지’의 불안한 동거, 푸른 농지로 변신한 네게브사막의 기적, 지구상 가장 낮고 바닷물 6배의 염도로 몸이 둥둥 뜨는 ‘죽음의 바다’ 사해, 지구상 가장 오랜 역사(1만년)의 도시 예리코와 최고(最古)의 항구 올드야파, 십자군전쟁이 만든 지중해안 요새항구 아코…. 그렇다. 이스라엘은 종교를 빼더라도 기막힌 고고학 여행지다.

그래서 이스라엘 여행을 비종교와 종교, 두 개의 필터를 통해 두 회로 나눠 소개한다. 먼저 종교와 관련 없이 찾아볼 여행지부터 둘러보자.

유럽 지중해와 다르지 않은 이스라엘

대한항공의 국제노선망에 텔아비브는 ‘유럽노선’이다. 지중해를 끼고 있어서다. 올드야파는 텔아비브의 해운대 격으로 지중해변에서 조깅과 비치산책을 즐길 수 있는 지구촌 최고(最古)의 고대항구다. 12세기 제2차 십자군전쟁 당시 영국의 사자심(心)왕 리처드와 아랍통합부족 지도자 술탄 살라딘이 혈투를 벌였던 곳이다. 그 북쪽 지중해변의 하이파는 이스라엘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로 텔아비브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신흥종교의 성지로 우리의 계룡산 격인 카르멜(Carmel) 산이 거기 있다. 카르멜 산의 바하이(Baha‘i)가든(성지) 언덕마루에서 바라보는 하이파와 지중해는 장관이다.

그 하이파 만 북단의 자그만 항구 아코도 매력적인 중세 도시다. 이곳은 십자군이 예루살렘 탈환을 노리며 확보했던 전진기지. 현재의 웅장한 돌 성은 그 요새 위에 오스만제국이 18세기에 축조한 것. 성안은 주택가로 골목길을 배회하다 보면 천년 세월도 잊는다.

휴양지 갈릴리 호수와 와인, 그리고 사해

호수는 이스라엘사람이 에일라트(남부의 홍해해변)와 더불어 즐겨 찾는 휴양지. 이웃한 골란고원의 와이너리와 호반의 비치가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호수에선 제트스키와 모터보트도 즐기는데 호수크루즈도 특별하다. 해수면(해발 0m)보다 212m나 낮은 호수는 지구상에서 여기뿐. 예수가 기적을 행하며 활동했던 카파르나움(하숙집)과 산상수훈을 펼친 곳 등을 모두 선상에서 두루 조망할 수 있다. 지프투어로 돌아보는 골란고원의 시리아국경 비무장지대도 근방이다.

골란고원 와인은 의외의 맛과 향으로 관심을 끈다. 화산지형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높은 당도의 포도가 놀라운 균형감을 갖춘 풀 바디의 맛과 향을 선사한다. 그런 이스라엘 와인의 발상지는 하이파 남쪽의 지중해가 조망되는 언덕마루 마을 지크론야코브. 히브리어로 ‘야곱(야코브)을 기억하며’라는 뜻인데 야코브는 19세기 유럽을 주름잡던 유대인 은행가문 로스차일드의 제임스 메이어(영어 제임스는 히브리어 야코브에 해당)를 가리킨다. 그의 아들 에드먼드 제임스가 1882년 이곳에 자비로 정착촌을 세우며 아버지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때 갈멜 와이너리(이스라엘 최초)를 이 공동체의 중심산업으로 조성했다. 포도밭은 지중해 쪽 언덕사면에, 마을은 언덕마루에 들어섰다. 그 마을 한가운데의 길 양편엔 작은 식당과 기념품점이 즐비한데 이미 오래전에 관광명소가 됐다. 해진 후 시원한 언덕에서 와인을 겸한 식사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사해는 짙은 염도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몸이 둥둥 뜨는 ‘신기한 소금물’. 그 물엔 유용한 미네랄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오래 전부터 사해에 힐링과 치유의 메디컬리조트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사해는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저지대(해발 -429m)다. 그래서 공기 중엔 산소가 평지보다 8% 더 들어 있다. 반대로 자외선은 ‘제로’. 그래서 사해에선 숨쉬는 것만으로도 치료효과가 있다. 사해리조트 투숙객은 인공비치에서 새벽부터 해질 녘까지 편안히 사해를 즐길 수 있다. 사해의 수원은 갈릴리 호수. 호수에서 흘러나온 물은 요르단강을 이루며 104km를 남행한 뒤 사해로 흘러든다.

이스라엘에서 만나는 로마유적

BC 30년 유대왕국의 지중해 유적 케사리아.
BC 30년 유대왕국의 지중해 유적 케사리아.

이스라엘에선 유적여행도 특별하다. 텔아비브 북쪽의 지중해변 케사리아는 BC 30년에 유대왕국의 헤롯 대왕이 조성한 거대 항구도시와 왕궁 터. 그 이름은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 로마황제에게 헌정한데서 비롯됐다. 4000석의 야외극장과 전차 경주장이 건재하다.

또 다른 유적 벳셰안은 갈릴리 호수 남쪽의 내륙. 지중해와 요르단강 계곡을 잇는 전략적 요지여서 기원전 5000년부터 사람들이 거주한 흔적이 남아있다. 현재 유적은 BC 63년 로마제국 당시의 데카폴리스(로마가 중동에 세운 10개의 도시) 중 하나. 공중목욕탕과 야외극장 등을 볼 수 있다.



고도 예루살렘의 진정한 매력은 시장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유적이라면 역시 고도 예루살렘이다. ‘다윗의 도시’ 옆에 솔로몬이 세운 최초의 성전은 로마가 파괴해 사라졌다. 이후 유대민족은 흩어져 2000년간 세상을 떠돌았고 그동안 성전 터엔 이슬람사원이 들어섰다. 성벽은 18세기 오스만제국이 확장 개축하는 등의 변화를 겪었고. 그래서 이 도시는 종교적 관점만이 아니라 고고학적 측면에서도 호기심을 일으킨다. 지구상 유적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예루살렘에서 놓칠 수 없는 것 하나. 유대인과 아랍인의 불안한 동거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마하네 예후다’ 시장이다. 250개 상점이 노천과 아케이드에 줄지어 들어서 있다. 빵집부터 과일 야채 고기 향료 생선 견과류 가게가 대충 종목별로 한데 모여 골목을 이루고 있다. 그 시장엔 그늘막 아래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중동음식을 파는 식당도 있다. 그중 ‘아주라(Azura)’는 이라크인 골목에 있는 예루살렘의 명소. 이름은 물론 설명을 들어도 알 수 없는 생소한 요리지만 무엇이든 주문하길 권한다. 어느 하나 내칠 음식이 없을 만큼 맛있다.

로컬 푸드로는 예루살렘 성내 골고다 언덕으로 향하는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 중간(14처 중 7처)의 후무스(Hummus) 전문식당도 잊을 수 없다. 후무스는 병아리 콩(이집트 콩)을 갈아 걸쭉하게 만든 것. 여기에 참깨 간 것과 올리브오일, 레몬즙, 소금과 마늘을 넣고 비벼서 주로 피타(두 겹의 동그란 밀가루 빵)에 발라 먹는다. 후무스에는 곡식을 갈아 공처럼 반죽해서 튀긴 팔라펠이 함께 나온다. 이건 피타 안에 야채와 후무스를 함께 넣어 샌드위치처럼 만들어 먹는다. 이 샌드위치 역시 ‘팔라펠’이라고 부르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이 평상시 즐겨 먹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이스라엘=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 Travel Info ▼

항공편: 국내에서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텔아비브) 직항노선은 인천공항을 출발(주 3회·화 목 토)하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소요시간은 텔아비브행 12시간, 인천행 10시간. 인천공항에선 이스라엘 당국의 별도 보안검색 없이 일반노선과 똑같은 절차로 탑승한다.

정보 사이트: 이스라엘 정부 관광국의 슬로건은 ‘창조의 땅(Land of Creation)’. 세상을 창조한 구약성경의 하느님과 그분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 유대인 및 첨단 IT 강국의 면모를 포괄하는 문구다. ◇정부 관광국: www.goisrael.kr www.goisrael.com ◇관광지 ▽지크론야코브: www.zy1882.co.il ◇사해 ▽리조트: 이스로텔 데드시(Isrotel Dead Sea) ▽아코: www.akko.org ◇예루살렘 ▽마하네 예후다 시장: www.machne.co.il/en/ ◇와인 ▽와인협회: www.iwpa.com

여행상품
: 베스트래블(www.bestravel.co.kr)은 ‘성지순례’보다는 ‘인문학 투어’에 초점을 맞춘 고급 여행패키지를 이스라엘의 대형 여행사 ‘아시아 투어스’(www.asiatours.co.il)와 공동 개발해 최근 내놓았다. 이 ‘이스라엘 VIP투어’(9일 일정·기내 1박 포함)는 11월 7일, 12월 5일 출발(각 20명)하며 가격은 440만 원. 유대교와 기독교성지는 물론이고 로마와 비잔틴 제국, 십자군과 오스만제국의 유적을 두루 둘러보며 사해의 리조트호텔에서 힐링 스파도 즐긴다. 음식칼럼니스트인 베스트래블 주영욱 대표가 동행 안내하며 추가비용은 없다. 대한항공의 텔아비브 직항편으로 왕복한다. 02-397-6100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