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필라테스, 근육길이 늘리고 골반뼈 키우는 기적의 운동?

  • 입력 2015년 10월 13일 0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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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하우스 강화에 집중, 오히려 근수축 동작 대부분
매트 필라테스 익숙해진 뒤 기구운동 나서야

최근 몸매관리 좀 한다는 여성 사이에서 가장 트렌디한 피트니스로 ‘필라테스’(pilates)를 꼽을 수 있다. 날씬한 몸매를 가진 여성이 늘면서 단순히 ‘살을 뺄 수 있다’는 것만으론 피트니스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든 분위기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19세 이상 여성의 비만율은 24.8%로 조사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비만 증가 현상이 뚜렷하지만 국내 젊은 여성들은 점점 날씬해지고 있다. 날씬한 몸만이 인정받는 다소 강박적인 사회 분위기에 여성들이 몸매 관리에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풀이된다.

여성들은 끊임없이 완벽한 몸매를 위한 솔루션을 찾는다. 전체적으로 스키니한 몸매는 기본이고 넓은 골반, 통통한 힙, 풍만한 가슴라인까지 갖춰야 한다. 일부 필라테스 업체는 운동을 통해 근육길이를 늘리고, 골반뼈를 벌어지게 만들어 여성스럽고 가녀린 라인을 형성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이들 부위는 절대 운동만으로 교정하기 어려운 부위다. 볼륨을 채우거나 뼈를 벌어지게 하려면 사실 가장 빠른 방법은 ‘성형수술’이다. 원하는 체형으로 다듬는 과정은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는 것보다 고되다. 가령 유산소운동를 하면 몸의 부피가 작아지지만 원하는 부위부터, 혹은 특정 부위만 빠지지 않는다. 이때 개선하길 원하는 부위와 관련된 운동을 병행해야 자신의 이상향에 가까워질 수 있다.
길고 지루한 몸매와의 싸움에 지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추세다.

필라테스가 ‘여성을 위한 운동’으로 급부상한 것은 웨이트트레이닝처럼 과격하지 않고, 요가보다는 강도가 세며, 특수 제작된 기구들로 운동하므로 여성스러운 라인을 한껏 살릴 수 있다고 광고되면서다.
실제로 필라테스는 자신의 기본 근력을 활용해 몸의 긴장을 풀고 심부근육을 강화, 몸매 라인을 정리하는 데 탁월하다. 1900년대 초 독일인 조셉 필라테스가 창시했으며 근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한 방법으로 고안됐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에서 병상에 누운 부상병들의 통증을 완화시켜 재활을 돕고 신체자세를 교정하는 운동법으로 유명세를 탔다.

꼭 기구로만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라테스의 기본은 맨몸 운동이며 몸의 중심부를 이루는 ‘파워하우스’ 단련에 포커스를 둔다. 파워하우스는 횡격막 아래, 골반기저근 위의 요추부분을 둘러싼 근육으로 신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일부 필라테스 스튜디오는 꾸준히 운동하면 스트레칭 등의 효과로 근육이 길어져 여성스러운 몸매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길 내세우지만 스트레칭만으로 근육길이는 늘어나지 않는다. 근육길이는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는 더 길어질 수 없다. 근육은 신경계에 의해 조절되며 단지 그동안 활용하지 못한 근육이 자연스레 쓰이면서 기분상 길이가 늘었다고 느껴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

스트레칭은 근육 길이를 늘리지 못하지만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관절의 움직임 범위를 크게 만들어준다. 미국 리처드 윌리 물리치료학 박사는 “정적스트레칭을 장시간 시행하면 점탄성 구조를 변화시킬수 있겠지만 이같은 결과를 얻으려면 하루 대부분을 스트레칭에 투자해야 한다”며 “한 연구에서는 스트레칭은 수축되고 뭉친 근육 속 신경, 혈관, 임파선 등을 늘려 원활하게 소통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 실질적인 길이에 변화는 없고, 다만 통증에 대한 역치를 높인다고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필라테스는 스트레칭보다 근수축이 많은 운동이다. 애초에 필라테스가 스트레칭에 가깝다고 보기에 어렵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은 “필라테스는 전신의 균형을 중시하는 요가와 달리 골반요추영역 근육을 키우는 데 포커스를 맞춘다”며 “한 자세를 유지하기보다 코어근육을 수축해 파워하우스에 힘을 단단히 줘 안정시킨 뒤 사지운동에 나서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보니 근육이 이완될 일보다 수축될 일이 더 많다”며 “앞뒤 몸풀기, 쿨다운 운동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근육을 ‘늘려줄 일’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날씬한 사람이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을 시행했을 때 몸매 라인이 예뻐지는 게 사실이다. 필라테스 등으로 뭉친 근육이 정리되고 다듬어지며, 굽어있던 자세가 펴지며 원래의 라인을 찾아간다. 군살이 많은 사람의 경우 드라마틱한 체중감소는 없지만 근육과 근육 사이에 지방이 빠지며 몸매 윤곽이 드러나기도 한다.

근육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말보다 당황스러운 것은 ‘골반’을 키운다는 것이다. 국내서는 진정성 있게 가르치는 인스트럭터도 많지만 ‘필라테스를 하면 골반을 넓힐 수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상술을 펼치는 학원도 상당수다. 도규호 광동한방병원 통증재활센터 원장은 “골반 같은 경우 타고나는 뼈를 운동만으로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오히려 고관절 등을 자극하는 운동을 무리하게 시행하다 부상 입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운동으로 골반 자체의 크기를 키운다기보다 근육을 단련해 기존보다 볼륨감이 있는 라인을 만드는 게 맞다”며 “상식적으로 뼈를 늘린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경우 강사들도 회원들에게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티칭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필라테스 수업을 받다 부상을 입고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나영무 원장은 “사실 필라테스는 초심자가 시행하기보다 어느 정도 운동을 한 사람이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며 “최근엔 당연히 기구로 운동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덜컥 고가의 기구필라테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운동하는 사람은 매트필라테스부터 차근차근 시행하는 게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몸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사람이 고난도 자세를 무리해서 따라하다간 부상당하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나 원장은 “강사 중에는 수강생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동작을 취하게 하는 경우도 적잖다”며 “가령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전굴자세를, 척추협착증 환자에게 뒤로 넘어가는 후굴자세를 시행토록 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필라테스를 배우다 병원을 찾는 환자수가 생각보다 많다”고 덧붙였다.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이모 씨(26·여)는 “무용이나 체육학을 전공하거나, 필라테스를 세심하게 공부해온 사람이라면 이같은 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자가 되려면 양성수업을 한두 달만 들어도 강사 자격증을 주는 곳이 많다보니 강사 수가 늘어나고, 결국 지나친 경쟁이 빚어낸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반은 키워야 하고, 흉곽은 좁히고, 상대적으로 가슴볼륨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여성이 많다보니 흉곽을 줄여준다는 스포츠브라까지 등장했다. 한 온라인 판매업자는 자신의 SNS에서 “운동할 때 (자신이 판매하는) 스포츠브라를 챙겨 입는 것은 갈비뼈가 모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평소 폭식으로 벌어진 갈비뼈를 마사지 없이 줄이는 기능성 트랙탑”이라고 소개했다.

뼈가 스포츠브래지어나 트랙탑만으로 벌어졌다 모아진다면 제대로 길을 걸어다닐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미용 정보는 여성들을 혹하게 만들기 쉽다. 도규호 원장은 “스포츠브래지어 등 섬유 힘만으로 뼈를 모아줄 수 있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뼈를 모아준다기보다 기능성 속옷의 개념처럼 군살을 한데 정리해주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회적으로 몸매를 가늠할 때 마치 고기 부위를 감정하듯 부위별로 획일화된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말도 안 되는 상술을 앞세우는 경우가 넘치고 있다”며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취재 = 정희원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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