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층간소음 등 이웃 갈등 해결 ‘화해의 장’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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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 개소 한 달… 대화 통해 주민들 분쟁 마무리
변호사-교수-주민 등 25명 참여… 조정안 이행률 법원판결보다 높아

“아파트 위층에서 물을 쓰면 베란다로 물이 스며들어요. 수차례 수리를 요청했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광주 남구에 사는 A 씨는 4년 동안 누수로 위층을 찾아가거나 경비실을 통해 수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에 조정을 신청했다. 주택가에서 밤낮으로 짖어대는 개 소리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B 씨는 “이웃에게 찾아가 불편을 호소했지만 ‘개가 짖는 것을 (내가) 어쩔 것이냐’며 되레 큰소리쳤다”며 센터 문을 두드렸다.

지난달 11일 광주시와 광주지방법원이 함께 문을 연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가 개소 한 달을 맞았다. 자치단체와 법원이 손을 잡고 주민 갈등을 해결하는 센터를 출범시킨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남구 백운동 마을공동체협력센터 2층에 자리한 센터는 층간소음, 악취, 주차, 쓰레기 투기 등 소소하지만 주민 사이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을 당사자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화해의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 달 동안 센터에는 어떤 갈등 사례가 접수됐고, 어떤 절차를 거쳐 조정이 이뤄졌을까. 12일 현재 센터에 접수된 조정 신청 건수는 모두 12건. 사례별로 누수 2건, 애완견 관련 2건, 흡연 1건, 층간 소음 1건, 단체와의 갈등 2건, 땅 측량 관련 1건, 개 축사소음 1건, 주택 수리 1건, 건축공사 피해 1건 등이다. 관공서나 법원에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할 내용은 아니지만 자칫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이웃 간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안들이다.

센터는 14일 첫 갈등 해결 사례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남구에 사는 C 씨는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인근 건물이 진동으로 균열이 생기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시공사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액수 차가 커 조정을 신청했다. 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차동민 씨(32)는 “센터가 시공사 측에 민원 내용을 설명하고 조정에 참여할 것인지를 묻자 시공사가 이를 받아들여 첫 조정위원회가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화해 지원인 2명이 중재에 나서고 건물주와 시공사가 보상액에 합의하면 분쟁은 해결된다.

센터는 민원이 접수되면 상대방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대화를 할 것인지 의사를 묻는다. 조정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화해 지원인을 선정한 뒤 절차를 밟는다. 분쟁 해결에 나서는 지원인은 변호사, 교수, 법무사,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 등 25명이다.

센터는 층간소음관리사협회가 최근 화해 지원인으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협회 관리사 5명을 조정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층간소음관리사 김철원 씨는 “센터에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했다면 이미 여러 차례 소음 문제로 위층이나 아래층이 다퉜다는 의미”라며 “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센터의 조정위원회는 법원의 조정제도와 유사하지만 해결 방식을 찾는 데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법원의 ‘조정’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법원이 조정안을 제시하지만 센터는 제3자가 아닌 당사자들이 직접 ‘조정안’을 마련하도록 중재만 한다. 화해를 통해 마련된 조정안의 실제 이행률이 법원 판결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 주목한 결과다. 주민 간 발생한 분쟁 해결에 도움을 받고 싶다면 센터를 찾아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전화로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면 센터 직원이 신청서를 작성해 준다. 062-607-4967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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