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날마다 좋은 날 만들어주는 촌로들의 ‘칼갈이 봉사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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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 전통시장서 한달에 두번 70, 80대 어르신 10여명 자원봉사
자원봉사 경진대회 최우수상 선정

평균 연령 78세인 충북 영동군 영산동 노인회 칼갈이 봉사단원들이 영동전통시장에서 칼갈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영동군 제공
평균 연령 78세인 충북 영동군 영산동 노인회 칼갈이 봉사단원들이 영동전통시장에서 칼갈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영동군 제공
충북 영동군 영동읍에 있는 영동전통시장의 장날인 매달 9일과 19일이면 아침 일찍부터 장터 한쪽에 70, 80대의 어르신 1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들 앞에는 숫돌과 오래된 칼갈이 기계가 놓여 있다. 장이 선 뒤 이곳저곳에서 흥정하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노인들 앞에도 무뎌진 부엌칼이나 가위, 낫 등을 들고 찾아온 ‘손님’들이 길게 늘어선다. 노인들은 시장을 찾은 주민들에게서 받은 부엌칼 등을 기계와 숫돌을 이용해 정성껏 갈아 새 것과 다름없이 만든 뒤 한 푼의 요금도 받지 않고 돌려준다.

영동군의 장날마다 이 같은 봉사를 하는 이들은 영동군 영산동 노인회의 ‘칼갈이 봉사단’(단장 서무성). 평균 나이 78세인 봉사단원들이 이 같은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7월부터다. 농촌의 노인들은 대부분 경로당에서 화투놀이를 하거나 장기 등을 두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고,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좀 더 보람 있게 노년을 보내 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몇몇 노인이 뜻을 같이하면서 봉사단이 출범했다.

젊은 시절 농사를 지을 때 숱하게 하던 칼갈이와 낫갈이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그 장소로 대형 마트 등에 밀려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을 선택했다. 이후 노인들은 영동전통시장상인회의 도움으로 작은 공간을 얻어 칼갈이를 시작했다. 부엌칼이 무뎌져도 가정에서 날을 세우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장이 서는 날이면 부엌칼을 비롯해 각종 농기구를 가지고 나오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의 칼을 모두 가지고 나오는 이장들도 있을 정도로 이들은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재화 영동군전통시장상인회장은 “칼갈이 봉사단 어르신들은 늘 웃는 얼굴로 각종 도구들을 정성껏 갈아 주신다”라며 “어르신들 덕분에 전통시장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칼칼이 봉사단은 올해부터는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영동군자원봉사센터가 하고 있는 오지 마을 종합자원봉사 활동인 ‘한마음 이동 봉사’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하거나 교통편이 좋지 않아 전통시장을 찾기 어려운 산골 마을을 찾아 매달 한 차례씩 이동 칼갈이 봉사를 하고 있다. 8년간 진행된 이들의 누적 봉사 시간은 6078시간에 이른다. 서무성 칼갈이 봉사단장(73)은 “그리 큰 재주는 아니지만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낸다는 것에 대해 단원들 모두 의미를 두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동군자원봉사센터는 올해 행정자치부에서 주최한 ‘2015 자원봉사 프로그램 경진대회’에 칼갈이 봉사단의 활동을 ‘날(日)마다 좋은 날(刀) 되소서’라는 주제로 신청해 최우수상인 행정자치부장관상에 선정됐다. 이 경진대회 및 시상식은 13∼1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서 열린다.

이상희 영동군자원봉사센터장은 “고령의 몸을 이끌고 봉사활동에 나서는 어르신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며 “이분들의 활동이 지역의 청소년과 청장년층에게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 주고, 봉사활동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보편성을 알리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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