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사교과서 부실 검정한 교육부, 국정화는 올바르게 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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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와 중학교 역사 1, 2교과서가 2017년 3월 신학기부터 국정(國定)으로 바뀐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제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국정화 이유를 밝혔다. 국정 교과서 개발은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가 맡아 내년 11월까지 완성한다. 교육부는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며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라며 약칭을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역사 교과서를 제작한다는 ‘국정’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檢定)을 통과한 8종 중 2, 3종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 건국 과정을 폄훼하고 북한 3대 세습정권에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기술한 좌편향의 문제가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런 교과서를 걸러낼 권한이 교육부에 있는 이상, 검정 실패의 최종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일본만 해도 국가가 검인정 교과서의 구체적인 집필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철저히 관철시킨다.

국가 개입이 적은 검정도 부실하게 했던 교육부가 국정화는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권위 있는 전문가들로 집필진을 구성하겠다지만 학계에서는 벌써 집필 참여를 회피하는 분위기다. 시간적으로도 촉박하다. 1974년 발간된 첫 국정 교과서 개발에 참여했던 한 원로 역사학자는 “약 2년의 집필 기간이 있었지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했다. 당시 집필진은 시대별 전공자 1명씩 모두 5명이었다. 교육부 계획대로 역사가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등 타 분야 전공자를 포함해 20∼40명으로 집필진을 구성한다면 1년은 의견 조율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결국 함량 미달의 학자가 시간에 쫓겨 집필한 부실 국정 교과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황 장관은 역사학계의 의견을 두루 듣고 국정화를 주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화는 차관 고시(告示)이고 장관이 최종 결정권자다. 아무리 박근혜 대통령이 밀어붙였다고 하지만 황 장관은 주무장관으로서의 소신을 지키지 못한 책임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제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정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황 장관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야권은 국정화 예산 44억 원 배정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기국회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그러지 않아도 민생이 어려운데 국정화가 이념대결로 치달아 노동개혁 등 모든 개혁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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