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그들만의 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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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BMW 모토라드 데이즈 2015’에서 라이더들이 비포장도로 코스를 달리고 
있다. ‘라이더처럼 인생을 즐기세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00여 명이 참석했다. BMW 모토라드 
코리아 제공
지난달 12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BMW 모토라드 데이즈 2015’에서 라이더들이 비포장도로 코스를 달리고 있다. ‘라이더처럼 인생을 즐기세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00여 명이 참석했다. BMW 모토라드 코리아 제공
지난달 12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주변. ‘부릉부릉’ 하는 모터사이클 엔진 소리가 산자락에 흘러넘쳤다.

한쪽에서는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잘 포장된 한적한 길을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족, 연인이 전시된 모터사이클을 둘러보고 있었다. BMW의 모터사이클 부문인 BMW 모토라드 코리아가 개최한 ‘BMW 모토라드 데이즈 2015’ 행사 현장이다. BMW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 혼다 등과 함께 고급 모터사이클의 대표 브랜드로 꼽힌다. 이 행사에는 1200명이 참여해 지난해 900명이었던 참여 인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2006년 시작된 이 행사 참여 인원 중 최다 기록이다.

○ 레저용 대형 모델로 시장 재편

이처럼 고급 모터사이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시장 변화와 직결된다. 한국 모터사이클 시장이 레저용 250cc 이상 대형 모델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시장은 외국 전문 브랜드의 각축장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고가 수입차 업계들이 급성장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런 시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모터사이클 제조 업체들은 배달용 또는 스쿠터 위주의 생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기준 전체 이륜차(모터사이클) 등록대수는 약 216만 대로 2010년 12월에 비해 18%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는 전체 등록대수일 뿐, 모터사이클 업계에서는 “신차 판매가 연 10만 대 수준에서 몇 년째 정체돼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존 운전자들이 교체하는 수요 정도만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4만3518대에서 6만4853대로 약 49% 성장했다. 숫자는 적지만 모터사이클에서는 초고가 시장이다. 할리데이비슨의 ‘로드 글라이드 울트라’는 6600만 원, BMW 모토라드의 ‘K 1600 GTL 익스클루시브’는 4260만 원이다. 할리데이비슨에서 가장 많이 팔려 ‘대중적인 모델’로 꼽히는 ‘스트리트글라이드 FLHXS’도 3600만 원대다.

중요한 점은 이들 모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고급 모터사이클 업체들은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가족’을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잡고 ‘모터사이클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BMW 모토라드 데이즈에서는 인기 가수 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가족과 라이딩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제품을 구매하면 LG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200만 원대)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외국산 오토바이에 대응 유통구조부터 바꿔야” ▼

수입업체만의 시장

○ 해외 브랜드가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


하지만 성장하는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은 여전히 외국 업체들만의 리그다. 국내 업체인 대림자동차와 KR모터스도 레저용 대형 모터사이클을 생산하고 있지만, 판매는 여전히 소형 배달용·스쿠터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KR모터스의 ‘엑시브 250R’ 등의 대형 모델이 호평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것이 모터사이클 업계의 평가다.

모터사이클 업계에서는 시장 변화에 맞춰 국내 업체들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호 한국이륜자동차산업협회 부회장은 “이륜차 유통구조가 1980년대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예전 다방이 지금 카페로 바뀌었듯 혁신이 이뤄져야 하는데, 업체들이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기존 유통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내년 3월 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모터사이클쇼 2016’ 행사를 통해 도약의 계기를 만들려는 시도는 그나마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모터사이클 및 부품, 액세서리 업체 등이 360개 부스를 채우게 될 이 행사는 2006년 대구국제모터사이클쇼 이후 1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모터사이클쇼다. 김 부회장은 “이 행사를 통해 이륜차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며 “국산 업체들도 해외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모터사이클#시장#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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