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核 언급 안 한 김정은… 中 체면 살려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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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 연설, 北中관계 개선 제스처
류윈산 “비핵화-6자재개” 요구에 金 “경제-국방 병진”으로 톤 낮춰
美엔 “어떤 형태 전쟁도 가능” 강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군사 무기를 총동원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핵’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연설하는 김정은의 왼쪽에는 중국 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이 바싹 붙어 서 있었다. 정부 당국자는 “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군 열병식임에도 김정은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핵 병진 노선이 한 번도 나오지 않고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의 경제-국방 병진 노선만 거론한 점이 눈에 띈다”며 “김정은이 앞으로 남북, 북-중 등 대외관계 개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김정은이 9일 류 상무위원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은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와 같은 도발을 미룰 수 있지만 당장 비핵화 협상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북한 대내용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열병식에 나온 미사일을 소개하면서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한 전략 로켓들”이라고 주장했다. 핵 마크가 표시된 핵배낭을 멘 부대도 열병식에 등장했다. 바로 이때 김정은은 “미제(미국)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해 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우리는 핵전쟁도 할 수 있으니 그게 싫으면 평화체제 협상에 나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열병식에서 핵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유일하게 고위급 인사를 보내 북-중 우호를 강조한 중국 앞에서 핵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중국의 체면을 살릴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신화통신은 류 상무위원이 김정은에게 비핵화 견지, 6자회담 조속 재개를 말했다고 보도했으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런 주제 자체를 전하지 않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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