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선/노혁]청소년을 스스로 자라게 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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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노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들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 노래 가사를 보면 아이들은 자라야 한다. ‘자란다’는 표현은 자라는 주체에 초점이 맞춰져 스스로 자신의 성장을 이뤄내는 양상을 엿보게 한다. 반면 ‘기르고 키워진다’는 조금 다르다. 이는 누군가가 제시하는 방향으로의 성장이다.

최근 세계 15개국 10∼12세 어린이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어린이의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 어린이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롭다고 느끼지만 삶의 만족도는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성인의 삶의 만족도는 7위였다. 이 결과가 국가별 어린이들의 실제 삶을 그대로 반영했는가는 확신할 수 없지만 한국 어린이들의 낮은 만족도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이다. 특히 우리 어린이들이 평가한 낮은 만족도가 혹여 키워지고 길러져서 그런 것은 아닌지 고려해야 한다. 스스로 의견을 밝히고 결정하는 데 참여하고 체험하면서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고려하는 삶에서 대다수는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어린이나 청소년이라고 그렇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스스로 자라는 기회를 더 많이 누렸다고 청소년들이 기억하는 것은 스스로의 삶의 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행복한 사회가 되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 청소년에게 다양하고 많은 기회를 줘 스스로 선택하고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어른들은 단지 보다 큰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그런 경험을 더 넓혀나가도록 마음을 쓰고 행동으로 지원해야 한다.

많은 어른이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매순간 보호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이런 보호와 도움이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는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부모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다. 자녀의 만족도는 낮은데 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사회에서 청소년은 불행한 키워짐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잘 가꾼 분재와 꽃꽂이는 가꾼 이와 보는 이를 기쁘게 하지만 그 생명력은 약하다. 스스로 자라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청소년들도 자라는 경험을 통해 삶의 충만함을 경험할 수 있고 행복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 그들은 오늘도 자라야 한다.

노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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