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11년… 中企 인력난 해소에 큰 기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15國과 MOU… 불법체류율 80%→16% ‘뚝’
“단순 노무직만으론 시너지 부족… 이젠 숙련 인력 유입 노력 필요”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회사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경북 경산시의 한 제조업체 사장 김모 씨는 11일 “청년들이 3D 업종이라고 피하고, 중소기업이라고 피하니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년 전 김 씨의 회사는 경영난을 겪었다. 제품 주문이 들어와도 직원이 부족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회사 경영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것. 김 씨가 다시 일어선 것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나서다. 이후 안정된 생산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고, 매출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었다면 그냥 망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8월 도입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11년째를 맞았다. 고용허가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에 적정 규모의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하는 제도다. 1993년부터 시행된 산업연수생제도가 인권 침해, 불법 체류 등의 문제를 일으키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타국 정부와 직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근로자 도입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에서 한국인과 동등한 적용을 받는다.

정부는 현재 필리핀 몽골 베트남 등 총 15개국과 MOU를 체결했고, 근로자 선정부터 알선까지 직접 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체류의 원인이었던 각종 비리와 브로커들의 활동이 줄었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6월 중소기업 773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4.9%의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유로 ‘내국인 근로자가 없기 때문’을 꼽았다. 고용허가제 시행 전 80%에 육박했던 외국인 근로자 불법체류율도 최근에는 16.3%까지 떨어졌다. 청년들이 ‘3D 업종’과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고용허가제가 중소기업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법 체류 문제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고용허가제 때문에 내국인의 일자리가 더 부족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대부분 단순 노무 인력만 유입되다 보니 국내 산업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내국인 노동시장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한편 숙련기능 인력을 유입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은 “정밀한 노동시장 분석을 통해 외국 인력 공급 정책과 내국 인력 활용 제고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희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은 “앞으로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며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