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기대 선 김정은, 행사 준비 지휘한 김여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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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열병식 이후]김정은, 25분 연설 내내 단상 짚어
일각 “비만으로 척추질환 생긴 듯”… 쉰 목소리에 연설문 잘못 읽기도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단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단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고도 비만으로 척추 질환을 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의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을 본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175cm가량의 키에 비해 130kg이나 되는 과체중 탓에 허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중 앞에서 처음 연설했던 2012년보다 체중이 확연히 불어난 김정은은 이번 열병식에서 연설하는 25분간 계속 단상에 두 팔을 올린 채 엉덩이를 뒤로 뺀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오른손으로 거수경례를 할 때 왼손으로 단상을 짚기도 했다.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전형적으로 허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허리에 오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보이는 행동”이라며 “과체중으로 4번과 5번 척추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고 있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강 이상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김근수 세브란스 척추병원장은 “프로젝션을 통해 원고를 읽지 않고 단상에 있는 원고지를 직접 읽다 보니 몸을 기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3년 전인 2012년 4월 할아버지 김일성 생일 기념 열병식 때 단조로운 톤이었던 것과는 달리 10일 연설에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연설문을 읽다 보니 정면이나 군중을 응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빨리 읽다 보니 “강성 대국”이라고 읽었다가 멈칫한 뒤 “강국 건설”이라고 고쳐 읽는 등 말이 꼬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열병식에서 주목해야 할 다른 포인트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라고 말했다.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함을 가진 김여정은 이번 행사 준비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여정이 북한 2인자라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듯 김여정은 김정은이 연설하는 도중에도 단상 뒤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김정은 뒤에 서 있던 군인은 김여정이 지나가자 두세 걸음 물러나 황급히 비켜 주기도 했다. 북한의 실력자로 알려진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마저 김정은 연설 내내 꼿꼿이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한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위상이 높다는 걸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 의전과 동선을 직접 확인하면서 지휘하는 실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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