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지<중동징크스·패배> 깨고 2가지<시간적 여유·팀 면역력>를 얻은 슈틸리케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5시 45분


축구국가대표팀 슈틸리케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국가대표팀 슈틸리케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쿠웨이트전 승리의 의미

러월드컵 2차예선 ‘중동 징크스·패배’ 제로
최종예선행 8부 능선 넘고 시간적 여유 확보
내일 자메이카전…강팀 면역력 키울 기회도


축구국가대표팀 ‘슈틸리케 호’에게 없는 2가지가 있다. 바로 ‘징크스’와 ‘패배’다. 여러 차례 고비 때마다 한국에 아픔을 안긴 중동 원정 징크스는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지난해 10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사실상 완전히 사라진 분위기다.

한국은 8일(한국시간) 쿠웨이트시티에서 펼쳐진 쿠웨이트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기며 4연승을 내달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과도 내용도 모두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지난달 레바논 원정(3-0 승)을 더하면 한국은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중동 원정에서 2연승을 기록하는 새 역사를 썼다.


사실 레바논과 쿠웨이트는 종종 한국축구의 덜미를 낚아채온 중동의 다크호스다. 특히 레바논은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과 최종예선에서 ‘쇼크’로 기억되는 큰 타격을 안겼던 팀. 9월 예선을 앞두고 일각에서 우려의 시선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모든 건 기우였다. 한국축구가 혹독한 위기를 딛고 아시아 호랑이의 면모를 확실히 되찾았다는 평가다.

가치를 부여할 만한 부분은 또 있다. 무실점 행보다. 대표팀은 2차 예선 4경기에서 내내 실점이 없는 반면 14골을 폭발시켰다. 라오스전만 홈경기였고, 나머지 3차례는 원정이었다. 이는 최근 불안함을 내비치고 있는 동아시아 라이벌 일본·중국·북한 등 3개국 행보와는 차별화된 모습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 올해 한국의 유일한 패배는 1월 호주와의 호주아시안컵 결승전(1-2)이었고, 마지막 실점은 8월 동아시안컵 일본과의 2차전(1-1)이었다.

쿠웨이트전 승리를 통해 ‘슈틸리케 호’는 2가지 소득을 얻었다. 무엇보다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어서게 돼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점이 고무적이다. 2차 예선에서 반드시 조 1위를 해야 다른 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최종예선에 오른다. 그러나 대표팀은 최종예선을 좀 더 일찍 준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 선수들을 실험하고 발굴할 기회를 얻었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의 골격은 완성 단계”라고 선언했으나 12일 상무에서 전역한 이정협(24·부산 아이파크)이 안면 부상 후유증으로 빠진 최전방 원 톱과 중앙 미드필더 등 일부 변화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 강팀 면역력을 높이는 기회도 열렸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자메이카 평가전이 대표적이다. 북중미 다크호스 자메이카를 상대하면서 비(非) 아시아권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고, 큰물에 조금씩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올 들어 한국이 비 아시아권과 치른 A매치는 3월 뉴질랜드 평가전이 유일했다. 향후 평가전 상대를 섭외할 때도 꼭 아시아 지역예선을 겨냥하지 않아도 돼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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