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中혈맹 복원…韓美中 전략공조로 北核 해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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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중국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이 외국의 고위급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북은 류 상무위원을 김정은 왼편에 서도록 예우했고 관영TV는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김정은은 류 상무위원과 면담한 자리에서 “북-중 관계는 피로써 맺어진 친선의 전통에 뿌리를 둔 전략적 관계”라고 말했다. 북-중 관계를 전통적인 혈맹 관계로 복원하겠다는 얘기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에서 “중조(中朝) 전통우의는 양측 선대 지도자들이 만들고 키운 공통의 보배”라면서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정은과 류 상무위원은 고위층 교류 지속을 강조하며 화답해 북-중 정상회담이 내년 상반기쯤 개최될 거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온다. 2011년 김정은 집권 이후 소원했던 양국 관계가 회복 단계임을 선포하듯 과시한 셈이다.

열병식에는 개량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배낭 부대가 등장했다. 북한 언론은 미사일이 지날 때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탄두들을 탑재한 전략로켓’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도 핵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류 상무위원이 ‘이른 시일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으나, 김정은은 6자회담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고 한다. 북이 핵개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혈맹 관계 복원을 서두르면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은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

김정은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은 것이나 ‘인민’을 위한 국정을 강조한 것은 어쨌든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김정은이 도발을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이산가족 상봉 외의 추가적인 남북 관계 개선에 북이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0년 김정일을 설득해 장거리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잠정중단)을 이끌어낸 바 있다. 시 주석도 김정은을 설득해 북한의 개방과 핵 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국제사회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시 주석은 9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났을 때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것도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북에 대해 유일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이 대북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은 동북아 정세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정부는 16일 한미 정상회담을 지렛대 삼아 한미중의 북핵 공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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