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면 韓 투자전략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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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너도나도 ‘일본 탐방’

지난달 23일 KB투자증권의 유통, 건설 부문 애널리스트 2명이 일본 도쿄로 향했다. 이들은 2박 3일간 현지에 머물며 도쿄 등지의 유통업체와 부동산 시장을 꼼꼼히 돌아봤다. 허문욱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시대를 한국에 앞서 겪은 일본에서 투자전략을 배우자는 취지”라고 출장을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증권도 조윤남 리서치센터장을 포함한 4명이 8월 일본에 다녀온 결과를 정리해 지난달 부문별 보고서를 내놨다.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9월에 일본 현지 탐방 보고서를 펴냈다. 이들이 낸 보고서는 유통, 소비재, 정보기술(IT)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의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일본을 찾아다니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 새로운 투자전략을 찾거나 일본증시 전망을 분석한 보고서도 증권가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가 ‘일본 배우기’에 푹 빠졌다. 1990년대에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의 사례를 보며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전략을 찾기 위해서다. 조윤남 센터장은 “고령화의 심화는 한국의 정해진 미래”라며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소비, 유통 등 내수 관련 부문이 일본과 비슷하게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1인 가구, 스고모리(둥지) 소비, 삶의 질 추구 등 일본 특유의 소비 패턴이 현실화되고 있다.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들과 고령화로 1인 가구가 늘고 있으며 소비 침체도 지속되고 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식사와 여가를 즐기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런 트렌드 때문에 도시락 등 간편식과 저렴한 자체상품(PB)을 내세운 편의점이 대표적인 ‘일본형’ 성장업종으로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다. BGF리테일, GS리테일의 주가는 8일 현재 지난해 말보다 각각 126%, 114% 뛰었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방송,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종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문형비디오(VOD) 등 콘텐츠 사업에 강점을 지닌 CJ E&M의 주가는 올해 들어 119% 올랐다. 1인 방송을 내보내는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도 11% 상승했다. 일상생활에선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취미와 여가에 아낌없이 쓰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여행사, 고가 자전거 생산업체 등 고급 취미 관련주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일본형 성장주가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는 자산을 소유하기보다 빌려 쓰는 게 합리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본에서 각광받아온 각종 렌털, 리스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 “日사례 그대로 적용은 무리… 美-中변화서 전략 찾아야” ▼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수기, 자동차에서 시작된 렌털 비즈니스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 관련 종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지혜 KB증권 선임연구원은 “한국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은 노인보다 젊은층이 주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일본처럼 애완동물 관련 사업 등 고령화로 인한 성장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려다 두 나라의 차이를 간과하는 ‘벤치마킹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일본과 현재의 한국이 직면한 대내외적 환경이 다르고 정부와 기업들의 대응도 달라 항상 같은 패턴이 이어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 일본보다 내수규모가 작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크다”며 “미국과 중국 등 대외환경의 변화를 살피며 투자전략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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