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그리스 사태, EU가 뭉쳐야 해결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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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신자본론/토마 피케티 지음/박상은 등 옮김/472쪽·2만2000원/글항아리

이 책은 카를 마르크스의 역사적 저작 ‘자본론’(Das Kapital·1867년)을 연상시키는 데에서 짐작할 수 있듯 좌파적 시각이 농후하다. 각국의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현상을 논증한 뒤 소득 재분배를 주장한 저자의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의 관점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정통 학술서인 전작과는 달리 이 책은 프랑스의 진보 일간지 리베라시옹에 저자가 10여 년 동안 투고한 칼럼들을 모은 것이어서 좀 더 피부에 와 닿는다. 때론 자신의 정치적 입장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예컨대 저자는 서문에서 “대학의 자율성은 세제 개혁이나 퇴직연금 시스템 개혁처럼 우파에게 넘겨줘선 안 될 사안”이라고 적시했다. 신문 칼럼이 지닌 특성상 전문용어를 배제하고 개념을 쉽게 풀어쓴 만큼 21세기 자본을 읽기에 앞서 입문서로 읽을 만하다.

얼핏 프랑스 사회에 대한 서술 위주여서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날로 심각해지는 소득 양극화를 비롯해 공공채무, 조세개혁, 복지문제, 교육문제 등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에 내포된 공통의 이슈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는 소득 재분배를 위시한 ‘연대(solidarity)’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비단 각 사회계층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단위까지 포괄하는 공통의 주제다. 특히 그리스 디폴트 사태에 대한 해법을 놓고 저자는 EU 회원국들의 고통 분담을 주장하며 ‘공동채권(유로 본드)’ 발행을 제안한다. 유로 단일통화 출범으로 환율 장난이나 환투기는 사라졌지만 회원국별로 국채를 따로 발행함에 따라 이자율을 놓고 베팅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로존 17개국의 이자율 투기를 종식시키기 위한 유일하고도 확실한 해결책은 우리의 부채를 공평하게 나눠 공동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공동채권 발행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이 실현되려면 EU의 정치 리더십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리스 사태에서 보듯 자국의 이해를 둘러싼 EU 각국의 정치적 분열이 유럽의 금융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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