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청계천 책방]기자도 빈 종이는 늘 두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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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 상했다. 신간 ‘야구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보며 ‘얕은’이란 말 때문이다. 나는 30년 넘게 야구를 즐겼지만, 야구 지식은 저자가 ‘얕다’고 한 정도에도 못 미친다.

상처받는 일이 또 있다. ‘미움 받을 용기’의 저자 고가 후미타게가 쓴 ‘작가의 문장수업’과 김원우 작가의 ‘작가를 위하여’를 보면서다. 모두 글쓰기 비법을 담은 책이다. 고가가 추천한 ‘머릿속에 뱅글뱅글 맴도는 생각을 쓰려 하지 말고 말로 번역하라’ 같은 온갖 글쓰기 비법을 머릿속에 주워 담기도 한다. 하지만 15년 넘게 기자로 일하고서도 종이 앞에서 항상 멀미가 난다. 30년 취미와 15년 일이 어찌 이리 비슷할까.

슈퍼컴퓨터로도 다 정리하지 못할 것 같은 복잡다단한 통계의 스포츠인 야구. 수많은 이론과 분석틀이 새롭게 등장하는 야구를 정복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쓰고 또 써도 고지에 오르지 못하는 찜찜함만 안고 제자리를 맴도는 글쓰기는 또 어떤가.

한 갑자(甲子) 넘는 세월 동안 야구만 생각한 노(老)해설가가 했던 말 ‘야구 몰라요’. 글쓰기도 몰라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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