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경환 부총리의 취업청탁 의혹 중진공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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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입사원 채용 때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 출신 황모 씨의 부당한 합격 과정에 개입했다고 김범규 전 중진공 부이사장이 증언했다. 김 씨는 8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철규 당시 공단 이사장이 최 부총리(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고 온 뒤 점수조작을 해도 합격이 불가능했던 황 씨를 무조건 최종합격 시키라고 지시했다”는 요지로 말했다. 황 씨가 면접에서 답변을 못해 탈락시키는 것으로 내부 의견을 모았지만 다음 날 최 부총리와 만나고 온 박 이사장이 “그냥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최경환 의원실은 “황 씨 합격에 청탁이나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인사 과정에 관여한 간부의 구체적 진술이 나온 만큼 잡아뗀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이미 공공기관에는 ‘최경환 인사’라는 말이 적잖게 나돌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일부 언론에서 자신의 운전기사(7급 비서)였던 A 씨를 (외주용역회사를 통해) 중진공에 취업시키려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빽을 썼으면 소규모 외주용역회사 직원으로밖에 못 보냈겠느냐”며 일축한 바 있다. 용역회사에서 일하다가 공단 정규직이 됐으면 대단한 특혜다.

감사원 감사 결과 중진공은 서류전형에서 2299위였던 황 씨의 점수를 고쳐 통과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최 부총리와 관련된 사안을 지난해 12월 두 차례 감사원 조사에서 모두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감사원이 감사보고서에서 청탁 인물을 ‘외부’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은 ‘봐주기 감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8일 국감에서 이 사안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최 부총리의 위법 여부에 대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박 전 이사장의 부당지시 선에서 이 사건을 적당히 매듭지으려 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법의 잣대가 권력 앞에서 무뎌졌다는 비판과 함께 최 부총리에 대한 의혹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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