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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놀라움보다 따뜻함을 전해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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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놀라움보다 따뜻함을 전해주는 일”

손택균기자 입력 2015-10-09 03:00수정 2015-10-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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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와인병따개 ‘안나 G’ 디자인… 멘디니, DDP서 첫 개인전
사람 모양의 와인 병따개 ‘안나 G’(오른쪽 사진)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왼쪽 사진). 그는 “혁신보다는 오래 곁에 두고 싶어지는 느낌을 추구한다”고 했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웃는 얼굴 모양의 손잡이를 돌려 스크루 송곳을 코르크 마개에 박아 넣으면 병을 밀어낼 두 지지대가 기지개 켜는 사람의 팔처럼 쳐들리는 와인 병따개.

이탈리아 생활용품업체 알레시의 글로벌 히트상품 ‘안나 G’(1994년)를 디자인한 알레산드로 멘디니(84)가 내년 2월 28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인전 ‘디자인으로 쓴 시(詩)’를 연다. 8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멘디니는 “1980년대에 건축전문지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무명 건축가였던 자하 하디드를 발굴해 커버 기사로 소개했다. 그가 설계한 건물에서 전시를 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장식용 선물로 인기 높은 안나 G는 와인을 즐겨 마시는 이들이 선호하는 도구는 아니다. 지지대가 밀어내는 길이가 짧은 데다 나사못 형태의 스크루 송곳을 쓴 탓에 코르크를 부스러뜨리기 쉽다. 안나 G뿐만 아니다. 금박 모자이크를 입힌 장갑, 비스듬히 기울인 스테인리스스틸 의자, 관 모양으로 만든 투명 커피 테이블, 둥그런 알루미늄 옷장 등 전시품 중에 본연의 쓸모를 만족시키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적잖다. 멘디니는 “기능이 디자인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축과 산업디자인은 필연적으로 사용자를 배려해야 한다. 하지만 기능주의만이 사용자를 배려하는 최선일까. 나는 기능성을 지니는 동시에 ‘인간적인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요소를 갖춘 오브제를 내놓으려 노력해 왔다. ‘완벽하지 않다’는 비판은 내게 기꺼운 상찬이다. 나는 인간적인 디자인을 지향하고, 불완전함은 인간다움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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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는 20세기 중반 대세를 이룬 기능주의 디자인의 가치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실용적 기능은 디자인의 절대선이 아니며 아름다움, 전통, 윤리 등 쓸모와 무관해 보이는 가치를 제품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자인은 사람을 위한 작업이다. 편리한 첨단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에게 놀라움이 아닌 호감을 주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 내가 하는 일이 누구보다 먼저 나를 감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 만들어낸 제품이 사용자에게 소소한 따뜻함을 전하도록 하는 것, 그게 디자이너로서의 내 임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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