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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노벨문학상]영혼이 담긴 ‘목소리 소설’… 전쟁 속 인간실존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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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노벨문학상]영혼이 담긴 ‘목소리 소설’… 전쟁 속 인간실존에 답하다

김지영기자 입력 2015-10-09 03:00수정 2015-10-0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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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벨라루스 女언론인 알렉시예비치의 삶과 작품세계
《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사진)가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지만 수년간 수백 명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쓴 저서들로 ‘목소리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저서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증인들’ ‘아연 소년들’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이 있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800만 크로나(약 11억20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

올해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은 특별했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다. 문인이 아닌 사람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적이 없지는 않지만 저널리스트의 수상 소식은 이례적이다. 그는 자기만의 독특한 문학 장르를 만들어낸 작가다.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 작가 자신은 ‘소설-코러스’라고 부르는 장르다. 그의 작품은 소설과 다큐멘터리의 중간지대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스웨덴 한림원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보여주는 다음(多音)의 작품을 써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작품마다 500∼700명을 인터뷰한 뒤 이를 재구성해 일반 논픽션 형식으로 써왔다. 그의 작품은 정치 이데올로기의 의미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다림질을 하다가 수상 소식을 들었다는 작가는 발표 직후 스웨덴 S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환상적인 동시에 불안한, 복잡한 기분”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112명에 이르는 수상자 중 알렉시예비치는 여성으로서 14번째 수상자가 됐다.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2013년) 이후 2년 만의 여성 수상이어서 이 또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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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5월 우크라이나 이바노프란킵스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벨라루스인이고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인으로 부부 교사였다. 젊은 시절 아버지의 고향 벨라루스에 정착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지역신문사와 문학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단편소설과 에세이, 보도 등 다양한 장르에서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1985년 출간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소비에트 여성들을 인터뷰한 것이다. 이 책이 영웅적인 소비에트 여성들에게 찬사를 쏟는 게 아니라 그들의 아픔과 고뇌에 주목했다는 사실 때문에 알렉시예비치는 반소비에트적 정서를 가진 반체제적 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전쟁은…’은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한 책들을 잇달아 펴낸다. 대표작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1997년)는 체르노빌 사고를 겪은 사람들이 마치 핵전쟁 이후인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벨라루스는 초대 대통령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 1994년 이후 20년 넘게 통치해온 나라다. 알렉시예비치는 장기집권을 비판하다가 정치적 탄압을 받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에서 망명생활을 하기도 했다. 2012년 벨라루스로 귀국해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책은 미국과 독일, 영국, 스웨덴, 프랑스, 중국 등 3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그는 최근 몇 년 새 노벨문학상 수상후보로 급부상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점치는 영국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가 올해 그를 유력후보 1순위로 꼽은 데 대해 ‘설마’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맞힌’ 셈이 됐다.

알렉시예비치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과 작품의 주된 추진력을 밝혔다.

“나는 늘 각각의 인간에게 인간성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개인 안의 그런 인간성을 내가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우크라이나 출생
1967년: 벨라루스 민스크의 국립대 언론학과 입학
1985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증인들’ 출간
1989년: ‘아연 소년들’ 출간
1993년: ‘죽음에 매료되다’ 출간. 영화 ‘십자가’로 각색
1997년: ‘체르노빌의 목소리’ 출간.
1997년: 시냡스키 ‘문학의 명예와 가치’상 수상
1999년: 국제 헤르더상 수상
2000∼2011년: 정치적 상황 때문에 벨라루스를 떠나 프랑스, 독일 등에서 거주
2001년: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평화상 수상
2005년: 전미 비평가협회상 수상
2013년: 사회주의 붕괴 이후 소비에트 사회를 담은 ‘세컨드 핸드 타임’ 출간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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