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코스프레 한인 유학생, 美 대학서 유명인사로 떠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8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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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에서 5:5 가르마의 헤어스타일, 검은 인민복을 입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흉내 내는 한국 유학생이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USA 투데이는 7일 대학 소식 코너를 통해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에서 김정은과 비슷한 머리 모양과 옷차림을 한 한국 유학생 김민용 씨(25)가 학교의 명물이 됐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 일리노이대에 입학해 이듬해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하고 나서 2012년 복학했다.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1년간 휴학하고 서울에서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서울에서 그는 핼러윈 파티에서 김정은을 흉내 냈다가 반응이 뜨겁자 일리노이대 복학 후에도 캠퍼스에서 똑같은 헤어스타일과 복장을 하고 다녀 화제가 됐다. 이 모습이 인기를 끌자 김 씨는 한국에 와서 광고를 찍고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홍대 김정은’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한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 광고에서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닮은 대학 동문 레지 브라운과 함께 등장한다.

국제경영학을 전공하는 김 씨는 “대학생활은 매우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다. 만약 나로 인해 사람들이 10초라도 웃을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하다”며 “캠퍼스를 걸어다니면 나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사람들이 하루에 100명은 족히 넘는다. 내가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정은을 지지하지 않지만, 농구와 시카고 불스를 좋아한다는 점은 공통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캠퍼스에서 김정은이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탈북자를 돕는 비영리 단체인 ‘북한의 자유’ 일리노이대 지부장인 케빈 국 씨는 “김민용 씨의 흉내가 북한 주민 2000만 명의 참혹한 실상을 미국인들이 둔감하게 받아들이게 한다”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이유는 좋지만 약간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언급했다.

김 씨는 이번 학기에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학원을 차릴 계획이다. 그는 “김정은이 늙으면서 나도 늙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20~30년간은 그를 흉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광고나 영화를 찍는 것을 업으로 삼지는 않겠지만 드라마나 코미디 쇼에 출연하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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