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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200년前 광주에서 열린 과거시험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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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200년前 광주에서 열린 과거시험은 어땠을까?”

정승호 기자입력 2015-10-08 03:00수정 2015-10-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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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8년 광주목에서 치러진 과거시험에서 장원으로 뽑힌 고정봉의 부(賦) 답안지.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제공
1798년 정조는 혼탁한 공직자 선발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호남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전라도 유생을 대상으로 광주목(牧)에서 과거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그해 4월 지금의 광주 동구 충장로 옛 무등극장 일대인 광주객사 앞뜰에 유생들이 모여 사흘간 시험을 치르고 53명이 최종 합격했다. 당시 두 명이 장원으로 뽑혔는데 이 중 한 명이 조선 중기 문신이자 의병장인 제봉 고경명(1533∼1592)의 7대손인 고정봉(1743∼1822)이다.

과거시험 첫날은 시(詩), 둘째 날은 부(賦)·전(箋)·의(義) 등 3과목, 셋째 날은 책(策)을 봤다. 당시에는 5과목 중 3과목을 골라 볼 수 있었다. 고정봉은 부와 의, 책에 응시했다. 부는 시와 산문의 중간 형태로, 수사적인 기교를 발휘해 문장력을 표현하는 과목이다. 의는 사서오경 등 고전의 의미를 따지고, 책은 나라의 정책을 묻고 답하는 것이다.

당시 부의 문제는 ‘장군수(將軍樹)’였다. 태조 이성계의 고조부로 훗날 목조로 추존된 이안사가 어렸을 적 친구들과 병정놀이를 했다는 나무다. 고정봉은 답안 첫머리에 ‘일찍이 나무가 동쪽에서 건국의 조짐을 나타냈다’란 글로 운을 뗀다. 마지막은 ‘저는 장군수에서 보인 건국의 조짐이 결국 왕조의 개창으로 이어진 것에 그저 탄복할 따름입니다’란 글로 끝을 맺는다.


답안 오른쪽 아래에 작은 글씨로 응시자의 이름, 나이, 본관, 거주지, 아버지 이름 등이 적혀 있다. 채점관들은 답안을 평가할 때 종이로 이 부분을 가렸다고 한다. 주관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채점하기 위해서였다. 그 옆 칠지(七地)는 일종의 수험번호다. 위쪽 검은색으로 굵게 쓴 어고(御考)는 임금이 직접 낸 문제라는 뜻이다. 붉게 쓴 이하(二下)는 평가 점수다. 당시 채점 방식은 일(一)·이(二)·삼(三)등급으로 구분한 뒤 이를 상(上)·중(中)·하(下)로 나눴다. 중간 중간의 붉은 점은 채점관이 평가 도중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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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봉의 문집인 수촌집과 교지에 따르면 고정봉은 당시로서는 고령인 56세의 나이에 과거에 급제한 뒤 2년 후 한양에서 문과 전시(殿試)를 봤다. 전시는 임금 앞에서 보는 시험으로, 고정봉은 응시생 41명 가운데 20등을 했다. 그는 1800년 전라감사를 보좌하는 전라도사(종5품)로 부임했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이 8일부터 11월 22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1798년 광주의 과거시험’ 기획전시회를 연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80여 점의 유물을 통해 200년 전 광주에서 열린 과거 시험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1부 ‘과거시험’은 조선시대 수험생들의 일상과 시험 진행 과정을 소개하고 2부 ‘1798년 광주’에서는 당시 과거시험의 전모를 소상하게 담았다. 당시 장원급제한 고정봉의 답안지를 통해 시험문제의 출제 유형과 답안 내용을 소개한다. 3부 ‘벼슬길과 삶’에서는 시험을 통해 벼슬길에 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4부 ‘쇠락해가는 과거제’에서는 대리응시, 위장전입, 입시전문학원, 스타 강사 등 오늘날 입시풍속이 조선 후기에도 성행했음을 보여준다.

‘어고방목(御考榜目)’은 전시 유물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끈다. 당시 시험을 통과한 53명의 명단을 전시장 전면에 가득 펼쳐 보여준다. 길이가 28m에 달하는 합격자 명부는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워낙 긴 방목이라 전시도록 제작을 위해 수십 장으로 나눠 촬영한 뒤 다시 합성 과정을 거쳐 온전한 전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회재 박광옥(1526∼1593)의 후손인 박종언이 1754년 급제 직후 받은 길이 2m의 어사화(종이꽃)도 선보인다. 조광철 광주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가 광주의 감춰진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시민에게도 풍부한 지적 탐험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62-613-5361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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