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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기업 실적 점검… “구조조정 미루면 은행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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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기업 실적 점검… “구조조정 미루면 은행도 위험”

박민우기자 , 신민기기자 , 장윤정기자 입력 2015-10-08 03:00수정 2015-10-08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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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좀비기업 솎아낸다] 《 최근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 불가 방침을 정했다. 수출입은행이 2019년까지 성동조선해양 경영 정상화를 위해 4200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며 우리은행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자금 여력이 없고,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해 추가 지원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은행의 기업여신 담당 임원은 “조선 업황도 문제지만 성동조선해양 기업 자체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라며 “리스크가 커지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이 ‘좀비기업 솎아내기’에 적극 나선 것은 한국의 기업 부채가 2015년 1분기(1∼3월) 말 기준 2347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조 원이나 불어나는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매년 하반기 실시하는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 강도를 한층 높이는 한편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여신을 회수하고 있다. 비금융 상장사 3곳 중 1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기업들의 경쟁력이 악화되자 은행들도 좀비기업을 빨리 정리하는 게 은행 건전성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 “연말에 기업 구조조정 태풍 불 것”


은행들은 매년 하반기 신용공여 합계액 5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은 현재 부실 징후가 있는 세부평가 대상 기업을 선정해 평가를 분석 중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세부평가 대상은 약 2000개로, 지난해 1609개에서 24% 증가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기업들이 증가하자 금융당국이 제때 ‘좀비기업 정리’에 나서야 한다며 엄격한 평가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11월 C등급(워크아웃 대상)·D등급(퇴출 대상)을 받아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되는 기업들도 작년보다 20% 늘어 150개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는 2012년 97개, 2013년 112개, 2014년 125개로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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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대기업집단(그룹)의 리스크에 대해서도 중간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매년 여신 규모가 금융권 전체 대출액의 0.075%가 넘는 주채무계열(2014년 말 기준 신용공여액 1조2727억 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재무건전성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기업들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하고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 올해 4월에도 41개 주채무계열이 선정돼 이 중 일부가 상반기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을 완료했다. 은행권은 지난해까지 대기업에 대해서는 매년 한 차례 신용위험을 평가했지만 올해는 4월에 이어 또다시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반기에 이뤄진 정기평가와는 별개로 다시 한번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를 벌이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 실적이 크게 악화된 대기업들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취약 업종에 대해서는 정기평가와 상관없이 수시로 점검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기업들의 신용을 상시 평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 기업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소극적이던 은행들, 리스크 한계 상황이라 판단

사실 은행들은 그간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부실기업’ 딱지를 붙이는 순간 해당 기업에 빌려준 대출도 부실여신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대출을 연장해 가며 기업을 살리려 애써 왔다.

이랬던 은행들마저 좀비기업에 정리에 나선 것은 더 이상 기업 리스크를 키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의 비중은 2009년 말 12.8%에서 지난해 말 15.2%로 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8월 말 시중은행들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1.04%로 전년 동월(0.75%) 대비 0.29%포인트 상승하는 등 대기업 여신마저 안심하지 못할 상황이다.

○ 워크아웃 기업 급증하는데, 기촉법은 일몰 위기

이처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고 있지만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을 살리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규정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일몰될 ‘위기’에 처해 있다. 기촉법이 일몰되면 상당수 부실기업은 퇴출 수순을 밟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으면 되지만 자율협약은 100% 동의를 얻어야 해 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기촉법은 12월 말 효력이 끝난다.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이 이를 대체할 새 법안을 제출했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남은 시간은 2개월 남짓이어서 자칫 기촉법 공백 사태가 벌어져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신민기·박민우 기자
#좀비기업#우리은행#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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