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의 직언直口]여자 상사에게 잘 보이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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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 논설위원
신연수 논설위원
내가 부장을 할 때 일이다. 20여 명의 기자들 가운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1, 2명 있었다. 기사를 쓰면 맨날 얘기 안 되는 뻔한 내용만 쓰고, 기본에 속하는 사항도 자주 틀렸다. 기자를 할 만큼 한 연조에 계속 미달이니 짜증이 났다.

이젠 회사에 없지만 그와 같이 일하는 동안은 인격 수양의 기간이었다. 내가 그를 공정하게 대했나, 감정을 앞세우진 않았나 늘 돌아봐야 했다. 그런데 훗날 그의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뭐든지 “부장이 나를 싫어해서…”라고 했다는 것이다. 자기가 일 못한 건 생각 않고 부장의 취향으로 돌리다니, 상사의 ‘프로 정신’을 왜곡했다.


그녀 혼자 밥 먹게 하지 마라


최근 사회 각 분야에 여성 리더가 늘면서 “여자 상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여자 상사에게 사랑받는 5가지 방법’ 같은 처세술도 돌아다닌다. 그녀를 혼자 밥 먹게 하지 마라, 남자 상사는 먼저 “밥 먹으러 가자”면서 팀원들을 몰고 다니지만 여자 상사는 아랫사람이 알아서 챙겨주길 원한다, 뭐 이런 것들이다. 공식적인 말 외에 숨은 감정을 살펴라 같은 충고도 있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마치 남녀가 사귈 때 남친이 챙겨줘야 한다는 ‘연애 공식(?)’을 회사 생활에 대입하는 것 같아 의아하다.

모시기 힘든 여자 상사로 박근혜 대통령만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국무회의 시간에 나이 든 장관들이 고개를 숙이고 받아쓰기 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을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자율성을 안 주고 ‘깨알 지시’를 하는 바람에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심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했던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말은 다르다. 박 대통령은 각료를 임명할 때 몇 가지 중점사항을 당부하는데 그것만 유의하면서 나머지는 알아서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 장관들은 문서화하거나 명료한 지시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들이 찾아서 일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탓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현직 관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박 대통령은 반론(反論)을 용납하지 않는 ‘여왕’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현 정부의 불통(不通) 중 일부는 공무원 사회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나경원 이혜훈 같은 새누리당 여성들이 공천을 못 받았을 때 ‘여자의 적은 여자다’ ‘박근혜는 예쁜 여자를 싫어한다’는 말이 돌았다. 진실일까?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여자의 적은 여자다’ 같은 말은 남자들의 편견이거나 여성들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음해일 가능성이 높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


남자들은 흔히 여자 상사는 말이 안 통한다, 원리 원칙만 중시한다, 인간관계를 소홀히 한다는 말을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슬그머니 의심이 생긴다. 여성이 없는 ‘그들만의 리그’였을 때 원칙을 안 지키면서 인간관계를 빌미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갔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말 아닐까. 물론 인간관계는 중요하지만 소신껏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위아래 사람들의 심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곤란하다.

상사는 누구나 부하들을 잘 이끌어 좋은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여자 상사라고 다를 게 없다. 일 잘하고 자세 똑바르면 예쁘지 않은 부하가 없다. 아니라고? 우리 상사는 변덕스럽고 신경질적이라고? 공주 같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고? 그렇다면 그 사람의 문제지, 모든 여성에게 일반화할 일은 아니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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