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다가구주택서 일가족 3명 숨진채 발견…원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2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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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가정집에서 일가족 3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남편이 아내와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7일 오후 2시경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빌라 자택에서 남편 이모 씨(57)와 부인 김모 씨(49), 딸 이모 양(16)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일상복 차림의 김 씨와 이 양은 각각 안방 바닥과 침대에 누운 채 발견됐다. 거실에 있던 이 씨는 발목, 무릎을 끈으로 묶고 양 손을 몸 뒤로 묶은 채 얼굴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목 주변을 헝겊으로 감아 숨져 있었다. 경찰은 이 씨가 생전에 처조카에게 뒤처리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고 또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는 점을 토대로 이 씨가 자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손목을 느슨하게 묶은 점으로 미뤄 자살하려는 사람이 주저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손과 발을 묶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생활고 때문. 경찰에 따르면 이 씨가 6일 서울에 사는 처조카 김모 씨(28)에게 보낸 6장 분량의 편지에는 “아내가 돈을 많이 쓰고 자신을 속였으며 아내의 경제관념으로 집이 어려워졌다”는 등 아내 김 씨를 탓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주변 이웃에 따르면 이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반 상태 등을 감안했을 때 이 씨가 전날 아내와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7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카에게 보낸 편지에는 “딸이 죽지 않고 깨어나면 병원에 보내달라”는 내용과 함께 집 열쇠 위치 등이 적혀 있었다. 있었다. 이 씨는 7일 시험기간인데도 이 양이 등교하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여긴 딸의 담임교사와의 통화에서 “아내가 숨져 딸이 경황이 없어서 가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 벽에 테이프로 붙인 A4용지에는 “삶이 고단해 먼저 가니 부검을 원치 않는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책상 위에는 가족들이 쓰던 카드와 임대차 관련 서류 등이 정리돼 있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유원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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