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입양아 출신 한국계 선수, ML 최고 경기서 선발 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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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1991 in Seoul, South Korea.’

미국 입양아 출신의 한국계 선수가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팀 뉴욕 양키스의 주전 2루수로 경기에 나섰다. 그것도 팀의 운명이 걸린 포스트시즌 경기였다. 양키스의 로버트 레프스나이더(24·한국명 김정태)는 7일 미국 뉴욕 양키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휴스턴과의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선발 출장했다.

양키스의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양키스는 전통적으로 유격수와 손발을 맞추는 2루수에 신인 선수를 내세우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척 노블락, 로빈슨 카노, 알폰소 소리아노 등 당대 최고의 베테랑 야수들이 2루를 지켰다. 일본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한 스즈키 이치로나 마쓰이 히데키가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지만 모두 외야수였다. 일본에서 천재 내야수로 평가받으며 2루수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마쓰이 가즈오(라쿠텐), 니시오카 츠요시(한신), 이구치 다다히토(지바 롯데) 등도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레프스나이더는 관행을 깨고 이날 8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양 다리를 넓게 벌리고 방망이를 힘껏 세우는 박병호(넥센)와 흡사한 타격 폼으로 나선 레프스나이더는 3타수 무안타로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지만 날카로운 타격 솜씨를 선보였다. 2회 첫 타석에서 투수 앞 강습 땅볼로 물러난 그는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를 외야로 보냈으나 중견수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안타를 만들지는 못했다.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날린 타구도 가운데 담장 바로 앞에서 잡혔다.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나 5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레프스나이더는 추신수(텍사스), 최희섭(KIA)에 이어 한국 출신 야수로는 3번째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2012년 애리조나 대학의 칼리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로 뽑힌 그는 같은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양키스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1594타수 462안타로 0.290의 타율을 기록한 그는 올 7월 12일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 4경기를 뛴 뒤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던 그는 9월 로스터 확대와 함께 메이저리그에 다시 합류했다. 주전 2루수였던 스티븐 드류가 지난달 13일 토론토전에서 타구에 얼굴을 맞는 부상을 당하면서 그는 선발 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16경기에서 43타수 13안타 5타점 3득점을 기록한 그는 보스턴전에서만 2개의 홈런을 때려내 양키스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레프스나이더의 프로필을 소개하면서 내년 시즌 스테판 드류, 브랜든 라이언과 함께 양키스의 ‘키스톤(유격수와 2루수) 콤비’를 이룰 내야의 핵으로 꼽았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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